[남기고 꿈의여정 50년 칸타빌레] 35. 라스베이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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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라스베이거스 활동을 시작할 때의 홍보용 팜플렛과 엽서.

1963년 3월, 나는 꿈에도 그리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3년 전 도쿄에 도착했던 첫 날처럼 쉽게 잠들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서러움에 복받쳐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던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도쿄행 비행기에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미국행 비행기를 탔지만 조금도 걱정이 되거나 불안하지도 않았다. 낯설기로 치자면 같은 동양권인 일본보다 훨씬 더할 터인데도 긴장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미국에 간다는 생각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차기만 했다. 그저 라스베이거스까지의 비행 시간이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아주 늦은 밤, 드디어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 직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라스베이거스는 한마디로 불야성이었다. 과연 환락의 도시로 불릴 만하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허허벌판에 겨우 활주로만 있던 우리나라 공항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우와! 여기가 바로 미국이로구나! 내가 드디어 미국에 온 것이구나!”

입이 저절로 벌어졌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가운데 오로지 관광과 도박을 위해 세워진 도시였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여기 저기 고층 빌딩이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도박장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가는 곳마다 도박장이 없는 곳이 없었다.

도시 어디를 가던 온통 도박장과 술집·음식점 등의 유흥시설과 호텔뿐이었고, 술집이나 음식점은 물론 작은 상점이나 주유소까지 사람들이 들고 나는 곳이라면 어디를 막론하고 한 쪽 구석에는 반드시 슬롯머신이 있었다.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온종일 밤낮없이 북적거리는 라스베이거스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세상 모든 도시가 잠든다고 해도 절대로 잠들지 않을 것만 같은 도시였다.

그러나 정작 입이 딱 벌어지도록 놀라웠던 사실은 호텔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쇼 무대가 있다는 것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어느 호텔을 들어가던지 호텔 로비에는 유명 가수와 배우들의 공연이나 쇼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호텔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매일매일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쇼 비즈니스로구나! 내가 정말 쇼 비즈니스의 본고장인 미국 땅을 밟은 것이로구나!”

프랭크 시나트라, 냇킹 콜, 페리 코모,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셰어 등등…. 그 동안 말로만 듣고, 라디오나 레코드로만 듣던 유명 가수들의 얼굴이 커다랗게 인쇄된 공연 포스터 앞에 서서 나는 비로소 내가 미국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패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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