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군기지 이전비용 논란 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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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한 미군기지 이전 비용 분담 문제가 한·미 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이 미2사단의 평택기지 이전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에 이어 월터 샤프 차기 사령관도 미 의회청문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

용산 미군기지와 2사단의 이전비용은 이전을 원하는 측이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용산기지는 한국이, 2사단은 미국이 각각 분담키로 합의됐다. 한국은 5조6000억여원, 미국은 4조5000억여원가량을 부담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방위비 전용 카드’를 꺼냄으로써 상황이 급변하게 된 것이다.

이 사안은 매우 미묘해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미국은 방위비 사용항목 중의 하나인 ‘군사 건설비’를 들어 이전비용에 전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리다. 군사건설비는 기지가 일단 조성된 후 들어서는 시설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부담이 사실상 더 가중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지적대로 방위비 분담금과 기지 이전은 원래 별개의 사안이고, 전용은 불합리한 것이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은 현실적으로 미국에 건네지는 돈이다. 미국 정부로선 의회 설득용으로 이런 전용 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가 지원하는 방위비 중 상당액을 기지 이전 비용으로 돌릴 경우,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 등 다른 항목에 들어가는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결국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대폭 올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지 이전 사업이 또다시 비용분담 문제로 차질을 빚는다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달 중순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만히 합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