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제는 경제 - 막연한 불안감 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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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경제는 또 다른 시련에 봉착했다. 비단 탄핵 사태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었다.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 청년실업, 투자.소비 위축과 원자재 파동…. 만만찮은 난제들로 불황의 끝이 안 보이고 성장잠재력마저 걱정할 정도였다. 여기에 겹친 탄핵 정국은 더욱 무거운 부담을 지우고 있다. 자칫하다간 소득 2만달러는커녕 선진권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와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과장되고 막연한 불안감과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헌재 경제팀이 경제 운용의 틀을 유지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하고 금융계와 재계.노동계 인사를 잇따라 만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해외 투자자들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심히 불안스러운 눈으로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 기업인과 소비자, 국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확신이 설 때까지는 투자와 소비가 회복되길 기대하긴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대내외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투자와 내수 경기 회복, 민생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한 치도 차질없이 추진되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월스트리트 등에 대표단을 보내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의 경제 정책은 변화가 없음을 밝혀 신뢰를 쌓는 방안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재계와 노동계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이고 경기 회복이다. 탄핵 정국이 어두운 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잘만 대처하면 경제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경제 주체 모두의 비상한 각오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