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파벌 악습 깬 ‘서울대 최대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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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인사태풍이 불어 닥쳤다. 27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서울대 본부 인사위원회는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례적이었다. 정년보장과 승진을 최종 결정하는 인사위는 그동안 길어야 1시간이면 끝났다. ‘올라오면 100% 통과시킨다’는 기존의 인사위 분위기가 아니었다. 김형준 기획실장은 “전에 없던 격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인사위원들은 변화의 폭과 시기를 놓고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정주의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개혁파와 “인정한다. 그러나 너무 급격한 변화”라고 주장하는 보수파가 맞섰다. 치열한 논쟁에도 결론이 안 났다.

결국 테뉴어 심사를 신청한 39명 모두에 대한 투표로 마무리됐다. 최종 10명 탈락. 국양 연구처장은 “서울대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라고 평했다. 그뿐 아니다. 부교수 승진과 동시에 테뉴어를 받은 젊은 조교수가 5명이나 됐다. 이 중 4명이 30대였다.

‘능력에 따른 확실한 차등평가’. 경영대의 한 조교수는 “선배 앞에서 대놓고 말할 수 없지만 엄격한 평가를 원하는 젊은 교수는 많다”고 전했다.

인사태풍의 진원지는 처음으로 외부인사가 참여한 예비심사위였다. 김완진 교무처장은 “글로벌 심사 기준을 교수들에게 각인시켜줄 인물이 필요했다. 우리의 관행을 지적해줄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예비심사위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또 각 분야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는 9명의 교수가 예비심사위에 참여해 외부인사와 호흡을 맞췄다. 이들이 온정주의와 파벌에 묶여 있던 서울대의 오랜 심사 관행을 깨고 파격적인 결과를 이끌었다. 하반기부터는 해외 유명 석학들을 심사위에 영입할 예정이다. 김 처장은 “이날 인사위의 결정은 예비심사위의 평가 결과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교수 정년보장과 승진 관련 학칙을 대대적으로 바꾼다. 하반기부터 부교수 승진 후 5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테뉴어를 신청해야 한다. 올 상반기 심사 대상 56명 중 17명이 스스로 평가를 포기했다. 이들은 하반기부터 자동적으로 탈락자가 된다.

바뀌는 학칙으로 보면, 상반기 탈락률은 48%에 이른다. 또 있다. 지금까지는 탈락해도 6개월마다 테뉴어 및 승진 신청이 가능했다. 하반기부터는 한 번 떨어지면 2년 동안 심사에 신청할 자격이 없어진다. 자연대의 한 정교수는 “일찍 테뉴어를 받은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심사가 남은 사람은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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