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식당서 틀어주는 음악 저작권료 내라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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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해적(海賊)이다.배를 약탈하는게 아니라음악을 훔치는 해적이다.해적선을 모는 대신 64년부터 자그마한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영어에선 저작권범죄를 「해적(pirate)」이라고 함).
얼마전 점심시간 직전에 몇사람이 식당에 들이닥쳐 돈을 내놓지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이 바람에 30년 넘도록 내가 해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그들은 제복도 입지 않았다. 무뚝뚝하게 식당 천장에 달린 6개의 둥근 스피커와 식당구석의 음향기기를 이리 저리 살핀 뒤 그중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당신은 2백50달러를 내야 한다.손님들에게 틀어주는 음악방송 저작권료다.돈을 내지 않으면 BMI로부터 수천달러 상당의 소송을 당하게 될 것이다.』 BMI란 연륜이 깊은 저작권 보호단체였다.그러나 나는 그런 단체가 있는줄 그때 처음알았다.나의 볼멘소리에도 그들은 BMI신분증을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자기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
알아보니 BMI보다 조직이 더 큰 저작권단체도 있었다.「미국작곡.편집.출판인협회」(ASCAP)가 그것으로 작곡가등의 저작권료 징수를 대행하는 이익단체였다.
연방저작권법을 보면 TV나 라디오 음악방송은 곡목이 전파나 케이블을 탈때마다 저작권료를 매번 내도록 돼 있다.BMI.ASCAP가 거둬들이는 이러한 저작권료는 연간 8억달러에 이른다고한다. 그러나 80석밖에 되지 않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음악을들려주는 일이 TV나 라디오 음악방송과 어떻게 같다는 말인가.
또 저작권료를 어떻게 계산한단 말인가.
BMI단속반원들은 『설명하긴 복잡하지만 나름대로 공식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고 했다.물론 공식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았다.몇블록 떨어진 곳에 내 음식점보다 그리 크지 않은 음식점을 알고 있는데 나에게 나온 저작권료의 무려 6배가 청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기준이 무엇인가.
돈내기 싫으면 뉴욕에 있는 저작권전담 재판부에 제소하면 된다고 한다.소송에 이기면 기분은 풀릴지 모른다.그러나 필시 엄청난 소송비용 때문에 실익이 없을 것이다.
위스콘신州 짐 센센브레너 하원의원(공화)이 영세요식업소내 음악방송에 저작권료를 면제해 주는 입법을 처음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20여개 州에서도 저작권법 남용을 줄이기 위한 법적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다행스런 일이다.
여하튼 무슨 이유에선지 저작권 단속반은 그날 이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안대와 목발을 한 내 외모에 혹시 겁먹었는지도 모르겠다. 〈페리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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