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프랑스인 24년 만에 즐거운 외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병으로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24년간 숨어 살던 프랑스 남성이 다른 사람의 얼굴 전체를 이식받아 새 삶을 찾았다고 미국 ABC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올해 30살인 파스칼 콜러는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6살 때 눈·코·입 등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라면서 얼굴의 종양이 더욱 커지자 사람들의 놀림이 두려워 은둔하다시피 지냈다.

그러다 1월 뇌사 상태의 얼굴 기증자가 나타나 마침내 안면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파리 근교 앙리몽도 병원에서 16시간의 수술 끝에 입술과 볼, 코와 입 주위 전체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집도를 맡은 로랑 랑티에리 박사는 그의 얼굴 피부를 잘라내고 기증자의 것을 붙인 뒤 동맥과 정맥, 그리고 신경을 이어 붙였다.

랑티에리 박사는 “얼굴 대부분을 이식한 수술은 세계 최초”라고 주장했다. 2005년 11월 프랑스의 이사벨 디누아르가 애완견에 물려 얼굴이 심하게 상한 뒤 뇌사자의 입술과 코, 턱 부위의 피부를 이식받았지만 이는 부분 이식이었다. 그는 “얼굴의 형태는 골격에 상당히 좌우된다”며 “콜러의 새 얼굴은 기증자의 것이 아니라, 병을 앓지 않았을 경우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 얼굴을 바꾸는 이식 수술을 하지만, 그러려면 얼굴 골격까지 다 바꿔야 한다는 것.

콜러는 “의사가 수술로 죽거나 얼굴의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새 얼굴이 너무나 절실해 수술을 결심했다”며 “이제는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내 얼굴에 놀라거나 바라보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