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기자와도란도란] 환헤지는 상식이라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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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증권 분야에서 최근 가장 많았던 민원이 바로 해외펀드 투자 때 환헤지를 하지 않아 생긴 분쟁이다.”(2007년 2월 13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해외펀드에 환헤지를 하는 것은 상식처럼 여겨졌다.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를 팔았던 판매사는 “왜 상식 같은 정보도 안 알려줬느냐”는 투자자의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환헤지에 들어가는 비용만큼 추가 수익을 더 올리고 싶다면 환 노출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환율 전망을 따질 만한 전문적 견해가 없다면 환헤지 상품을 택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편이 낫다.”(2007년 11월 2일)

불과 6개월 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환헤지를 하는 편이 낫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환도 하나의 투자다”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운용사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다리인 판매사, 특히 은행도 환헤지를 해야 한다는 쪽에 힘을 실어줬다. 은행 속성상 리스크 안는 걸 싫어했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투자 위험에 환투자 위험까지 지는, 이중의 위험에 투자자들을 노출하는 것을 꺼렸다.

펀드에 환헤지가 돼 있지 않으면 투자자들을 설득해 따로 헤지를 하도록 하기도 했다. 물론 덤으로 1∼2%의 환헤지 수수료도 챙겼다. 아예 운용사에 환헤지가 되는 해외펀드를 가져오라고 압박한 은행도 많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펀드를 팔아 달라고 은행에 가면 아예 쳐다도 안 봤기 때문에 처음부터 환헤지를 바탕에 깔고 상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들어 원화 환율이 예상과 반대로 가파르게 오르자 상황은 역전됐다. “유럽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푸르덴셜유로주식자’의 경우 환헤지를 한 상품은 최근 한 달 동안 8% 정도 손해를 봤다. 그러나 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은 2%대의 수익을 올렸다.”(2008년 3월 13일)

환헤지를 안 한 소수만 웃음 지을 뿐, 그렇지 않은 다수는 울상이다. 가뜩이나 세계 증시 침체로 원금까지 까먹은 마당에 알토란 같은 환차익까지 날린 투자자로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 ‘환헤지는 상식’이라고 설파했던 전문가는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아직도 알 수 없다. 6개월, 1년 후 “역시 환헤지가 정답”이라는 주장이 다시 판세를 뒤집을지.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어떤 선택이든 최종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져야 한다는 거다. 전문가라고, 판매회사 직원이라고 믿었다간 발등 찍히기 십상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먹고 투자해야 혹시 판단이 빗나가더라도 정신건강에 좋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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