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깅그리치 클레어먼트 야외對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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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빌 클린턴 美대통령과 숙적관계인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美하원의장이 11일 현직대통령과 하원의장간 정책설명 대결이라는 미국정치 사상 초유의 맞대결을 벌였다.
뉴햄프셔州 클레어먼트에서 벌인 이날 대결에서 클린턴대통령은 복지축소를 지향하는 공화당 정강정책을 비판하고 민주당의 기존정책을 재확인하는데 주력했다.
반면 깅그리치의장은 공화당의 정강정책이 된「미국과의 계약」을재강조했다.
클린턴대통령이 깅그리치의장을 끌어들임으로써 내년 대선에 나설공화당 대통령후보지명전의 선두주자이자 상원 원내총무인 보브 돌의원을 정치적으로 무시하는데서 오는 반사이익을 노렸다면 깅그리치의장은 클린턴대통령과의 1對1 맞상대로 전국적 지명도를 더 높여 내년도 대통령후보지명전 출마 발판의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이번 대결은 클린턴대통령이 뉴햄프셔州를 방문하면서 같은 시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깅그리치의장을「원로주민들과의 산책」에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뉴햄프셔州는 美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먼저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곳으로 미국정치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대통령 꿈을 꾸거나 재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들이 중시(重視)하는 곳이다.
이날「원로주민들과의 산책」은 클린턴대통령과 깅그리치의장이 원로주민 2백50명의 질문에 답하는 공동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후보의 TV토론처럼 상대 흠집내기 같은 치열한 공방전 없이 서로 예의를 차린 이날 대결은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에게 유익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토론 내용은 이미 수십차례 강조된 공화.민주 양당의 기존 주장 반복이었다.
美언론들은 이날 대결에서 클린턴보다는 깅그리치 쪽에 더 시선을 두고,이번 토론회를 통해 볼 때 깅그리치의장이 내년도 대통령선거 후보지명전에 출마할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깅그리치의장 자신은 계속적으로 대통령출마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항상『작은 문은 열어두고 있다』며 여운을 남겨둠으로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깅그리치의장은 뉴햄프셔州에서 여러 도시를 순방한 외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조지아州 아닌 어느 곳이든 정치적으로 유리한 행사가 있다면 열성적으로 참가하고 있어 美언론들은『그가 96년 대통령선거를 계산하고 다닌다』고 말하고 있다.
[워 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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