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계악화한반도까지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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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방미(訪美)로 中-美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더니 그 여파가 한반도에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고있다. 현재 중국이 마련중인 對美보복 방안 가운데는 미국이 꺼리는 對북한 무기판매와 군사협력 강화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어 한반도 안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 92년8월 韓-中 수교뒤 소원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재강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며 앞으로 中-美 관계가 계속 악화될 경우 對한반도정책을 재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번 李총통의 방미 허용이 미국내 행정부-의회,민주당-공화당간의 정치역학구조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미국의 對중국정책이 지금까지의「하나의 중국」노선에서「하나의 중국,하나의대만(一中一臺)」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 으로 보고 있다. 중국측이 미국을 의심할만한 사건은 얼마든지 있다.올들어미국이 중국내 지적재산권보호와 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은 물론 지난번 6.4천안문사태 6주년을 맞아 중국 인권문제를 공개거론한 것,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달라이 라마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힌 것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지난 연초 필리핀이 남사(南沙.스프래틀리)군도 영유권분쟁과 관련,중국어부 62명을 나포하고 그후 중국에 대해 계속 超강경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뒤에도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중국측은 분석하고 있다.
한 홍콩 소식통은 특히 6.4사태 6주년을 전후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정부에 탄원서를 내는등 예년에 볼 수 없을만큼 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것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측 지원이 작용했던 것으로 중국당국은 의심하고 있다고 전 한다.
과거 옛소련의 강력한 견제카드로 중국 접근정책을 펴왔던 미국은 냉전종식.소련붕괴후 중국의 필요성이 예전만큼 절실해 하지 않으며,핵개발문제로 골칫거리였던 북한과도 직접적인 대화창구가 마련돼 미국의 전체 국제전략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더욱 감소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미국은 對중국정책을 대폭 조정,앞으로▲대만의 리엔잔(連戰)행정원장(6월말)과 첸푸(錢復)외교부장(7월) 방미허용▲대만의 유엔 재가입및 WTO 지지▲美-대만간 주재대표기관 승격▲대만에 대한 독자적 인 국가승인등과 같은 4단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시도해왔으며,이번 李총통 방미를 계기로 북한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함과 아울러 대외무기판매등을 통해 미국에 대해 상당한 타격을 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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