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이곳이승부처>부산.경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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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산의 시장선거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원래는 싱거울 것으로 예상됐던 부산시장선거다.당사자들이야 애가 타겠지만 이곳 유권자들은 아슬아슬한 선거의 묘미를 만끽하게됐다.현정권의 텃밭에 중량급 민자당후보가 나섰음에도 야당후보가높은 인지도를 무기로 바싹 달라붙고 있기 때문 이다.
안상영(安相英)前부산시장이 출마를 포기,집권당 총장을 지낸 YS(金泳三대통령)가신 문정수(文正秀.민자)후보와 5共청문회때이름을 날린 노무현(盧武鉉.민주)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묘한 현지 기류가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민주당은 싫고 YS의 민자당을 훨씬 선호하는데,인지도는 文후보보다 盧후보가 높게 나오는 형국이다.
그러나 상황이 슬슬 변하고 있다.이는 文후보측 뿐만 아니라 盧후보측에서도 감지된다.
『이제 어두운 터널을 지났습니다.』(文) 『안팎으로 표깎이는소리 들려요.』(盧) 상황변화는 후보의 이 한마디씩으로 잘 나타난다.바로 부산아시안게임 유치와 잇따른 DJ(金大中 亞太평화재단이사장)의 등권주의발언으로 인한 변화다.
文후보측은 아시안게임유치로 침체된 부산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돼 시민들의 불만이 무마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반면 盧후보는 文후보와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DJ발언까지 겹쳐 더욱 어렵게 됐다고 한숨이다.
文후보는 대선이후 다소 떨어진 지지세를 재결집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다.캐치프레이즈도「힘있는 민선시장 문정수」라며YS측근임을 내세운다.또 민주화운동 경력을 내세우고,내리 3선의 국회의원과 여당 살림꾼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면서『집권당에 표를 모아줘야 YS집권후반기가 안정적으로 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야당근성 부추겨 盧후보는『부산에도 견제세력 있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당보다는 인물대결구도로 몰고가고 있다.『부산은민주성지』『야당만이 이 자존심을 지킬수 있다』고 덧붙인다.부산의 야당근성을 부추기는 것이다.또한 『내가 당선돼도 YS가 하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후보의 선거전략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文후보측은 인기곡『돌아와요 부산항에』『부산 갈매기』를 개사한『돌아와요 문정수』『부산 문정수』라는 카세트테이프를 제작했고 선거종반 21세기 부산발전을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대세를 결정짓는다는 마스터플랜을 마련중이다.이와함께 16개 지구당과 민주산악회를 종적.횡적으로 연결해 조직면에서도 盧후보측을 압도한다는 계산이다.
盧후보측은 효과적인 운동방법을 계획하고 있다.청문회스타와 민주당부총재로서의 말솜씨를 이용,유권자와의 대화와 토론을 많이 마련할 방침이다.특히 부산유권자 2백66만명의 56%에 이르는20,30대 젊은층을 겨냥하고 있다.또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부산지역정책연구소에서 그동안 종합적으로 연구해온 정책과 비전을현실성있게 마련,文후보와 차별화한다는 복안이다.
[釜山=鄭善九기자] ***경남 경남은 조용하다.부산시장선거와는 달리 경남지사선거는 열기가 없다.
민자당 김혁규(金爀珪)후보와 맞붙을 뚜렷한 상대후보가 없기 때문이다.맞상대로 거론되던 무소속 최일홍(崔一鴻)前경남지사마저불출마를 선언하고 오히려 金후보진영 고문으로「흡수」돼 버렸다.
그러나「다행히」자민련에서 후보를 냈다.김용균(金容鈞)前헌법재판소사무처장이다.이로써 경남지사선거도 부산시장선거와 마찬가지로2파전으로 압축됐다.특이한 것은 두金후보의 고향이 합천군으로 같다는 점.하지만 성장은 다르다.민자 金후보가 농가에서 태어나단돈 1천달러만 들고 미국으로 이민,가방장사로 거금을 모은「자수성가형」이라면 자민련 金후보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나 경기고.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탄탄대로형」이다.
***“승리는 떼논 당상” 이번 선거에서 민자 金후보측은『승리는 떼논 당상』이라며 어찌보면 자만심에 들떠 있다.그는 진주.사천.하동.고성을 서부내륙권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울산에 산업기술연구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자민련 金후보측은 일단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만회전략에 분주하다.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비집고 차근차근 표를 모으겠다는복안이다.
공약으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동서간 도로망 확충과 서부농촌지역에 무공해 농가소득 증대산업 유치등 환경을 고려한 지역발전을 호소하고 있다.현재까지는 민자 金후보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2백62만 유권자의 26.2%나 차지하고 경남중에서 가장 YS정서가 미약한 울산유권자들이 경남지사재직시절 울산의 광역시 승격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金후보를 얼마나 지지하느냐가 변수로 보인다.
[昌原=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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