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살고싶다>서울월계동 녹천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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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그때 비갠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뚫고 푸른 빛을 띤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다.비를 멎게 해 달라고 동제(洞祭)를 지내던 마을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사슴은 냇물에서 목욕을 하더니 숲으로 사라졌다.냇물이 범람 해 폐허가 돼버린 마을엔 그 뒤 풍년이 들었다.』 지하철 1호선과 연결되는 경원선 녹천역 남쪽 「녹천(鹿川)마을」 입구에 서 있는 비석에 새겨진 이 마을의 유래다.전설속의 냇물은 마을 앞을 흐르는 한천.
녹천마을은 행정구역상으론 노원구 월계동이다.
철길을 경계로 한천쪽은 창동,마을 뒤쪽으로는 주안산이 버티고있다.마을 어귀의 노인정과 방범초소를 지나면 산밑으로 철길을 따라 붉은 기와를 얹은 낡은 단층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시 골도 이런 시골이 없다.
구멍가게가 눈에 띌 뿐 그 흔한 슈퍼하나 없어 1호선 시청역까지 30분이면 닿는 녹천역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정도다.녹천교를 건너면 바로 동부간선로라 승용차로 시내 출퇴근하기도 수월하다.
대형 상업시설은 없지만 한신코 아.미도파상계점.E마트등이 수시로 다니는 셔틀버스로 5분거리다.
녹천역 바로 옆에 서울외국어고가 있어 인근 아파트단지엔 외교관을 꿈꾸는 지방유학생들이 적지 않다.
마을사람들이 재개발을 추진중이라 집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어쩌다 나오면 땅값만 쳐 평당 3백만~4백만원에 거래된다.아파트로는 주공아파트 3개 단지 4천3백여 가구가 있다.철길을 사이에 둔 17단지의 경우 지난해 임대에서 분양으 로 전환됐는데20평형이 7천만원(융자 6백만원 별도)에 팔리고 있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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