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中心國家의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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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스터 서로 美MIT대 교수의 말대로 美.日.유럽은 세계 중심국가의 지위에서 퇴장할 것인가.그렇다면 그 다음의 패권(覇權)은? 그의 저서 『Head to Head』가 암시하듯 21세기엔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그는 6일 서울 강연에서도 미국은 지도력을 잃을 것이고 일본(日本)은 중심국가가 될 의지가 없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이 지척거리고 있는 사정을 보면 그의 예언이 맞을것도 같다.요즘 미국에선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이른바 보수 회귀 물결과 이에 저항하는 민주당의 진보 성향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목표는 물론 96년 의 대통령 선거 승리.공화당이 주도한 反이민법의 통과로 보수 회귀가 일단 득세하고 있다.빌 클린턴 대통령은 복지혜택의 확대는 「정부의 간섭이 싫다면서도 정부에 기대를 거는」국민들의 여망에 부합하는것이라면서 반격중이다.국민들은 열심 히 일하고 규칙을 지켜도 번영이 골고루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들대로 불평이다.그러니 미국은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 바빠 세계 지도력을 발휘할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 서로 교수의 진단이다.
일본은 어떤가.국내시장을 해외시장으로부터 격리하고 있는 것이중심국가로 부상(浮上)할 수없는 최대 약점이라고 그는 단언한다.남을 쫓아갈줄 알아도 남을 선도(先導)할줄 모르는 것이 바로일본인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효고(兵庫)현 남 부 대진재(大震災)수습에서 나타난 허점과 오움교 독가스 살포사건에서 드러난 의외의 反국가주의는 경제의 불침항모(不沈航母)일본의 동요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과 일본이 이 꼴이라면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이라고,누가 중심국가 노릇을 할 것인가.그들의 후속타로 블록 경제권의 대두 혹은 국가별 각개 약진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중심국가의 대타(代打)까지는 못돼도 경제전쟁의 주체는 확실히 국가가 아닌 다른 그 무엇이 될 것이라고 과감히 예측하는 사람도 많다.한 국가의 특정지역 혹은 거대 기업을 꼽는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피터 드러커 교수는 국가개념이 쇠퇴하고 산업.기업별 경쟁시대가 온다고 말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특정지역,예를 들면 영국의 맨체스터,스페인의 카탈루냐,한국의 서울등 10여개 지역을 꼽는다.강대국의 후퇴도 꿈 같은 얘기지만 다른 주역(主役)의 등장 예측은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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