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다양성의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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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세상이 발전해 간다는 것은 어쩌면 다양성(多樣性)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 같다.
요즈음 우리는 옛날 임금님도 누리지 못한 다양한 옷을 골라입을 수 있고 좋은 음식을 먹고 있으며 오락의 종류도 불과 몇십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아이스크림이나 햄버거의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나 되니 기성세대들은 그 선택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리라.
풍요란 바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는데 폭넓은 선택의 가능성을 경험하지 못했던 기성세대들에게는 그런 선택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양성의 시대는 한 가지 일이라도 남보다 뛰어나게 잘하는 전문가를 요구하게 마련이다.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무슨 일이든지 한 가지라도 잘 하면 사회적으로 제 몫을 하고 개인적으로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획일적인 요소가 많다.예를 들어성적을 매기는데 모든 과목을 합쳐 총점을 내고 그 총점에 의해등수를 가린다.
무리하게 총점과 등수를 내려고 하다 보니 국어.수학.영어는 각각 50점,사회.과학은 각각 20점,음악.미술은 각각 10점하는 식으로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러나 국어는 50점 만큼의 가치가 있고 과학은 20점의 가치 밖에 없는 것일까.
총점과 석차를 내지 않고 모든 과목을 만점으로 하여 과목별 성적만 제공하면 안될 이유라도 있는가.어차피 과목별 중요도는 분야에 따라서 다를 터이므로 과목별 가중치를 매기는 것은 그 성적표를 활용하는 사람에게 맡겨도 좋을 것이다.
세상이 변해 다양성과 전문성의 시대가 되었다고 말은 해도 이처럼 획일적인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제도와 관행들은 그대로있는 경우가 많다.지금까지 당연시 해오던 제도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다양성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고쳐나가는 것이다음 세대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물려 주는 길일 것이다.
〈재경원 예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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