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명예훼손 기존의 법으로도 충분히 처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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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터넷에 의한 개인법익 침해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현안이 되고 있는데, 제 생각엔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고도 현행의 정보통신망법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 언론법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용상(64·사진) 변호사가 최근 『명예훼손법』(현암사)을 펴내며 한 말이다. 총 1496쪽의 방대한 분량인 『명예훼손법』은 언론의 표현행위가 개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다양한 사례와 그에 대한 구제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등 이론과 실무의 폭넓은 이력이 농축된 노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터넷 언론 행위와 명예훼손 관련 내용이 주목할 만하다. 이런 류의 상세한 연구서가 아직 없던 미개척분야였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인터넷 분야를 쓰기 위해서만 지난 1년간 꼬박 미국의 관련 법, 판례, 논문 등을 조사·분석하는데 바쳤다”고 했다.

인터넷 언론의 책임을 묻는 법안 마련과 관련해 박 변호사는 오프라인상에서 쓰이는 기존의 ‘전파자 책임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포털 등이 자신들은 전달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매체의 내용을 자신의 인터넷 서비스에 올릴 때 이미 전파자로서의 책임이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이 기존의 정보통신망법으로도 제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책임과 관련해선 종전의 논의가 ‘불법행위 법리’에만 의존했던 한계를 지적하면서, ISP의 위법을 방지할 최소한의 사전 조치 의무 등을 논의에 포함시켜 현재의 정보통신망법을 일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개인의 명예 및 인격권을 중시하는 경향을 반영한 책이지만 저자는 이같은 경향이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음도 간과하지 않았다. “공적인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보도에는 보다 넓게 언론의 자유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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