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트렌드>마스트리히트 "유럽아트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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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3월들어 유럽미술시장의 관심은 단연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 사이의 작은 도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유럽아트페어(11~19일)에 쏠렸다.
마스트리히트 유럽아트페어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고도(古都)를 배경으로 팝아트에서부터 고미술품까지 함께 취급하는 이색적인 미술시장이다.근래 들어서는 판매활기로 세계최고수준의 아트페어로 떠오르며 미술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 이기도 하다. 금년 참가화랑과 화상수는 1백60개.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참가한 이들은 현대회화에서부터 고전거장(古典巨匠)회화.드로잉.
동서양의 고(古)가구.보석.은세공품.카펫까지 7개 섹션으로 나뉜 다양한 미술품들을 선보였다.
개막식 직후부터 참가딜러들은 전세계에서 몰려든 5만2천여명의컬렉터와 화상,그리고 미술관대표자들로 인해 상당히 고무됐다.더욱이 이기간중 마스트리히트공항은 재력있는 개인컬렉터들이 타고온전용비행기 몇대가 계류장을 찾지 못했을 정도로 북적여 아트페어가 호황이었음을 암시했다.
마스트리히트 아트페어의 특징은 16~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출신 고전회화작가들의 시장으로는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란데 있다.
물론 이외에 네덜란드 특유의 정물화나 인상파작품들도 매년 소개되고 있다.
금년에 관심을 끈 것은 런던과 밀라노에 사무실을 둔 동양미술품 딜러 존 에스케나지가 판 수나라시대의 불두(佛頭)한점으로 2만파운드에 팔렸다.또 뉴욕의 로열 아데나갤러리에서는 작은 트로이전사 조각품 한쌍을 11만달러에 팔아 수확을 올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작품은 네덜란드작가 알버트 퀴프(1620~1691)의 「동물에 둘러싸인 오르페우스」였다.
이 작품에 관해서는 크리스티사의 고전거장회화부문 전문가가 『퀴프의 매우 중요한 초기작품』이라고 평가했는데 지난해 7월 런던 소더비경매때 처음 시장에 소개되면서 6백8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가격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었다.스페인의 한 개인컬렉터가 구입했던 이 작품은 이번 아트페어에 런던의 한 딜러소유로 소개되며 6백50만파운드의 정가표를 달고 나왔다.
이 그림에 대해 마스트리히트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으며,특히 작가의 고향인 네덜란드 도르드레히트시민들은 이 작품을 자신들의 고장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네덜란드정부에 구입압력을 넣기도 했다.
결국 이 그림은 아트페어를 마치고 3월25일부터 두달간 도르드레히트미술관에 대여전시를 하게 됐으며,도르드레히트시민들은 이기간중 모금캠페인을 벌여 이 작품을 자신들의 고장에 영원히 소장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아트페어와는 달리 이달의 옥션시장은 한산했다.3월24일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의 한국미술품 단독경매 역시 예상밖으로 저조했다.1백점의 매물 가운데 절반을 겨우 넘는 51점만이 낙찰됐으며 예상가 65만달러가 매겨졌던 고려 청자 주전자는 결국 구매자를 찾지못해 유찰됐다.전문가들은 이번 경매에 오른 물건들의 예상가가 지나치게 높게 매겨진 점을 그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루스 코브〈세계미술시장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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