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수도권에서 다세대·연립주택 매매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매물이 많지 않다. 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이나 주변 지역뿐만이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등 개발 재료가 없는 곳에서도 호가가 뛰고 있다. 새 정부의 도심 재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로 아직 재개발 구역 지정이 안 된 곳까지 내 집 마련 및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4차 뉴타운 예정지로 거론되는 곳에서도 투자 열풍이 거세다. 새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말이나 내년에 4차 뉴타운을 무더기로 지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유력 후보지의 주택 지분(재개발 이후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수 있는 권리)값이 들썩이고 있다.
용산구 서계·청파동 일대 30㎡ 안팎의 빌라 지분 값은 3.3㎡당 5000만~6000만원을 호가한다. 올 들어 3.3㎡당 500만~1000만원 오른 것이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더라도 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20㎡(6평) 미만 지분 값은 3.3㎡당 7000만원을 호가한다. 2006년 3차 뉴타운 선정 때 탈락한 구로구 구로본·2동 25㎡짜리 소형 빌라도 한 달 새 3.3㎡당 200만~300만원 올라 1500만~2000만원 선이다. 구로2동 뉴타운공인 관계자는 “뉴타운 지정 기대감 외에도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아 자금 조달이 쉽다는 것도 수요 증가에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나 연립주택으로 짓는 신종 ‘지분 쪼개기’도 성행하고 있다. 다가구를 다세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지분 쪼개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자 아예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지분 쪼개기는 단독주택 등을 분할 등기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으로 바꿔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갖는 것으로, 재개발 예정지에서 조합원에게 배정되는 새 아파트 입주권이 세대별로 나오는 점을 노려 세대수를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4차 뉴타운 후보지로 거론되는 도봉구 창2·3동과 강북구 미아2·8동 등에선 몇 집 건너 한 집꼴로 다세대·연립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뉴타운으로 지정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더라도 현지 거주 의무가 없는 대지 20㎡ 미만의 소형 지분으로의 ‘건물 세탁’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도 다세대주택 신축은 2006년 1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29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익성 꼼꼼하게 따져봐야=전문가들은 재개발이나 뉴타운 지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데다 설령 뉴타운 등으로 지정되더라도 실제 개발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과포장된 개발 소문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나설 경우 오랫동안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되더라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예전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상한제 적용을 받을 경우 일반분양가가 낮아지고 그만큼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축 건물이 많은 곳도 피하는 게 좋다. 다세대·연립주택이 많이 신축되면 아예 개발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전체 건물 중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낡은 주택이 일정 비율(서울 60%, 경기도 50% 이상)을 넘어야 재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신축이 늘면 이 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재개발이 추진되더라도 사업성은 크게 떨어진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일반 분양분이 줄어들어 분양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조철현·김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