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알몸 벌세우기’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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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이태원동 B어린이집 비상구 계단에 박모(4)양이 옷을 발목까지 내린 채 알몸으로 서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서울시 구립 어린이집 교사가 영하의 날씨에 발가벗은 네 살짜리 여아를 어린이집 밖에 세워둬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용산구청은 29일 이태원동 구립 B어린이집 이모(25·여)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어린이집 박모(71) 원장과 이씨에 대한 보육교사 자격 취소를 여성가족부에 의뢰했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이 교사는 25일 자신이 돌보던 박모(4)양을 발가벗긴 채 어린이집 2층 비상구 밖에 몇 분간 세워뒀다. 이날 서울 기온은 최고 영하 1.8도, 최저 영하 9.6도였다.

이 교사는 “친구를 괴롭히던 박양을 여러 번 제지하자 박양이 분을 못 이겨 윗옷을 벗었다. 순간적으로 나도 화가 나 아랫도리를 잡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 그러면 못난이 어린이집에 보낸다’며 비상구 문을 열자 박양이 밖으로 나갔고 1~2분 뒤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는 박양의 윗옷도 자신이 벗겼다고 진술했다. 이런 상황을 제보한 이웃의 외국인 K씨도 “아이가 10∼15분 문 밖에 서 있었고 비명도 질렀다”고 진술했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의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달 말 이모(4)군에게도 똑같은 ‘알몸 체벌’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4년제 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보육교사 1급 자격증 소지자로 지난해 3월부터 B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양의 어머니 함모(32)씨는 “어떻게 여자 아이를 발가벗겨 밖에 내놓을 수 있느냐. 커서도 수치심을 가질까 봐 걱정”이라면서도 “아이의 상처를 안아 줘야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며 이 교사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두고 이씨와 원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체벌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는지 등에 따라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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