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同友會展 화제-청담동 유경갤러리서 知己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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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물두부.손오공.민빨.주젭이-.
귀밑머리가 희뜩희뜩한 50대 전후의 작가들이 킬킬대며 스스럼없이 별명을 불러대는 이색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청담동 유경갤러리에서 지난해 12월22일 시작돼 오는 15일까지 계속되는 『지기전(知己展)』이 바로 그것이다.
출품작가는 강연균.김유경.김인순.김정헌.김종례.김진.김춘진.
민충근.손장섭.송용.신학철.심정수.양호일.여운.유양옥.윤석남.
이태길.주재환씨등.
광주의 수채화작가 강연균씨나 민미협(民美協)회장을 지낸 김정헌씨, 그리고 『한국근대사』란 기이한 콜라주작품을 선보여온 신학철씨등 몇몇 사람은 미술계에 잘 알려진 낯익은 사람들이지만 그중 몇몇은 거의 무명에 가깝다.
이들이 소개하는 작품은 유화에서 수채화.조각.목탄스케치.도조(陶彫)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 흔히 따지는 출신학교.지연(地緣).인맥도 제각각이어서 어느 누구도 이 전시를 가리켜 하나의 단어나 주제로 묶어내기 힘들게 한다.
굳이 미술동네에서 이들을 묶을 끈을 찾자면 70년대초 물들인군복점퍼를 걸치고 가난한 미술동네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사이였다는 정도다.
전시제목을 「자기를 알아주는 참다운 친구(知己之友)」라는 말에서 끌어다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난생 처음 전시장에 그림을 거는 유양옥씨나 일러스트작가로 이름은 날렸지만 새로 유화를 시작한 양호일씨,그리고 늘 입으로는「그림을 그려야지」하면서도 그때마다 생활에 쫓겼던 주재환씨등이이 전시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도 아직 변함 없는 친구들의 우정어린 강권(强勸)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느지막한 나이에 열린 이 그레이 동우회전은 요즘처럼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며 친구도 모른체하는 경쟁풍토에서 모처럼 훈훈한 인정을 보여준다.
한동안 미술기자생활을 하며 이들의 묵은 우정을 지켜본 시인 이성부(李盛夫)씨는 『오랜 연륜으로 쌓아온 우정과 또 그에 걸맞은 생각의 합일(合一)로 이뤄진 이들의 만남은 과연 아름답다』고 전시서문에 쓰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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