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돈요구로 부부不和때 남편 이혼청구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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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부모의 계속된 경제적지원 요구로 부부관계가 파경에 이르렀다면 중간에서 조정을 잘못한 남편에게 주된 책임이 있으므로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朴駿緖대법관)는 28일 A(36.의사)씨가 부인B(34)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상고심에서『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며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 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결혼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시부모가 월80만원씩의 생활비를 요구한 게 불화의 발단이 됐음에도 남편 A씨가 부인과 시댁의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지 못해파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부인 B씨가 비록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가출하는 등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뒤의 행위이므로 남편 A씨의 책임보다 무겁다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대 의대를 졸업해 전문의자격을 따낸 A씨는 S대음대를 나와피아노강사를 하던 B씨와 88년 중매로 결혼했으나 결혼 3년만에 파경을 맞았다.
지방에서 군의관 생활을 하던 A씨가 80만원정도의 월급 대부분을 부모의 생활비로 부쳐 주자 자신의 피아노 교습 수입(월 80만원)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 가던 부인 B씨는 시댁과 심한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A씨가 개인병원에서 시간제로 야간 당직의사까지 해 보았으나 생활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시부모들은 차남인 A씨를 의대에 보내면서 많은 뒷바라지를 했고 빚마저 졌다며 생활비 요구를 당연시했다.
게다가 집 개축비용 1천만원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남편이 다른 여자들과 선을 본 이야기나 그에 대한 미련을 은근히내비쳐 이들 부부의 불화는 더욱 깊어졌다.
이를 참지 못한 부인 B씨는 91년 집을 나가 별거를 시작했다. B씨는 이혼만은 절대 안된다는 친정 부모의 설득으로 아파트에 세들어 살며 남편의 마음이 돌아서기를 기다렸다.그러나 남편 A씨는 92년 이혼청구소송을 냈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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