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각 초읽기 이탈리아 향후 政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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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실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연정(聯政)붕괴가 확실시됨에 따라 이탈리아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예상대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거나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앞으로 전개 가능한 이탈리아 정국의 시나리오는▲조기총선▲새로운 연정 탄생▲베를루스코니총리의 재집권등 크게 세가지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대중의 지지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조기총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의회해산권과 총선실시 권한을 갖고 있는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대통령이 쉽게 베를루스코니의 편을 들어줄지의문이다.
서로 공공연하게 적대감을 드러낼 정도로 베를루스코니와 관계가악화돼 있는 스칼파로대통령은 21일「의회의 권위에 대한 존중」을 강조함으로써 조기총선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연정붕괴에 따라 소수당 당수로 전락할 운명에 처한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우선 언론매체를 동원해 어떻게든 총선을 관철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전체 민영방송의 시청률 85%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소유의 3개 TV채널과 자신의 측근들이 포진해 있는 국영 RAI방송을 통해 총선명분을 국민에게 직접 설득하면 조기총선을 실시해도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다음으로 연정붕괴를 주도하고 있는 북부동맹이 舊공산당 후신인좌익민주당(PDS)과 인민당.공산재건당등 反베를루스코니 군소정당을 끌어들여 새로운 연정을 탄생시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지금보다 더 허약한 연정으로 끝날 우려가 크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베를루스코니총리가 주요 연정파트너인 국민연합과 함께 중도우익인 舊기민당 계열의 군소정당을 규합해 새로운다수파를 만들어 재취임하는 것이지만 베를루스코니의 실추된 권위를 감안할 때 이 또한 성사가능성이 희박하다.
이탈리아 정국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사실상 또다시 총선을 실시하는 것외에 별다른 묘수가 없다고 이탈리아 정치분석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3개월이라는 준비기간중 이탈리아가 겪게 될 정치.경제적 불안과 피해를 고려할 때 이 또한 쉽게 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그런 만큼 당분간 이탈리아 정국은 한치 앞을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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