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稅法 개정안 둘러싼 국회.정부.업계 입장-경과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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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3일 국회 재무위를 통과한 주세법 개정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개방화.국제화 추세에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종 행정규제를 철폐해 나가고있는 정부정책과 상반된 까닭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세계화 선언과도 역행한다.
게다가 당장 피해를 보게되는 진로그룹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내겠다고 밝히는등 수용거부의사를 나타내 파문이 커질전망이다.
재무위 소속 의원들은 영세한 지방소주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나 다른 산업과 형평차원에서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재무위 의원들의 말마따나 물론 지방소주 회사들이 최근들어 경영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지방 소주회사들은 지난 92년까지만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당시에도 진로가 45%정도의 시장셰어를가져 불만이긴 했지만 그때까지만해도 국세청이 주정(酒精)배정제도를 운영하면서 지방소주회사들을 보호해 왔던 까닭이다.
주정배정제도란 국세청이 국내 소주회사들이 한햇동안 소주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주정의 물량을 결정한다음 전년도 판매실적 비율로 각 소주회사에 주정 물량을 나눠주는 제도다.그러니까 어느 회사가 자사(自社)제품이 잘팔린다고 해서 마음대로 국세청이 정해준 물량이상의 주정을 확보,소주를 생산해 팔 수 없도록 한 것이다.그때까지는 비록 진로가 먹고 남은 시장이지만 힘안들이고장사를 할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국세청이 행정규제완화 차원에서 작년 1월부터 주정배정제도를 폐지한 때문이다.
그동안 국세청의 주정배정권 때문에 마음대로 시장셰어를 넓혀가지 못했던 진로가 기다렸다는 8천억원 정도되는 소주시장 전체를먹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동양맥주는 진로가 맥주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기들은 소주시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면서소주시장에 뛰어들어왔다.그동안 국세청의 「지도」아래 조용했던 소주시장이 갑자기 달아오르며 불꽃튀는 접전장이 되고,결과적으로힘이 약한 지방소주회사들이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진로의 시장셰어가 92년말 44.1%에서 금년 11월말 현재48.1%로 높아지고 동양맥주가 인수한 경월소주의 시장셰어가 1년새 5.3%에서 8.9%로 뛰어 올랐다.지방소주사들은 그만큼 몫이 줄어들고 경영이 악화된게 사실이다.
그래서 국회와 정부 관련부처등에 주정배정제도 부활을 건의하는등 활발한 로비를 전개,이번 주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그러나 진로.동양맥주등 관련기업의 반발은 물론이고 재무부등 정부측에서까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柳秦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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