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건설 진두지휘 李東寧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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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개월 전만해도 방사광가속기가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될 것인지가 정말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저주파의 시험가동에서 저장링의 전자가 5백회전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비로소 자신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 7일 준공을 앞둔 포항가속기연구소장 이동녕(李東寧.67)박사는 건국이후 최대 연구시설의 건설책임을 맡아 그동안 가슴졸여왔던 심정을 이렇게 털어놨다.
둘레가 2백80m나 되는 긴 진공저장링 속을 도는 전자는 이속에 장치된 3백여개 전자석의 위치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2백마이크론의 정확도가 유지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함으로써 이 분야의 과학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벌써 호주.일본은 빔 라인 설치를 의뢰해왔고 중국.태국.말레이시아등이 문의해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빔 라인이란 방사광관을 통해 방출되는 각종 광선을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부담으로 설치하는 라인.
방사광가속기는 지금까지 개발된 각종 첨단기술의 정수가 결집된종합설비로 광범위한 응용분야 때문에 세계과학기술력의 척도로도 인정돼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건설을 위해 지난 87년 11명의 선진과학자를 초빙,자문했을때 우리나라 수준으로는 생각하지 않는게 어떠냐고 일소에 부치던 그들이 최근 와보고 한국이 이런 기적을일궈낼지 몰랐다고 감탄했다는것.
그는『과학선진국 진입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때문에 겁없이 시작했어요.그런데 당초 예산보다 2배나 더 돈이 들자 특별감사까지받아 무척 괴로웠습니다』라며 가속기건설에 심혈을 기울였던 김호길(金浩吉)前총장이 준공도 보지못한채 지난 4월 타계한 것이 가장 가슴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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