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에이즈-수혈감염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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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수혈 에이즈감염은 과연 피할 수 없는 필요악인가.
현재 보사부에 등록된 국내 수혈에이즈 감염자는 9명.
그러나 이들에게 「50만분의 1의 확률」이란 통계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균상태 확인에서 발병까지 길게는 십여년간 가족과 사회로부터사실상 격리되며 의학적 고통은 물론 도덕적으로 억울한 비난까지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보상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인도적인 차원으로 지급된3천만원이 유일하나 이들이 받는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며 이들 대부분이 병원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진행중인 것은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들의 엄청난 피해에 비해 책임질 수 있는 뚜렷한 가해자가 없다는 것.
환자치료라는 선의를 위해 이루어진 수혈 때문에 혈액을 공급하는 대한적십자사와 시술병원이 범법자로 몰릴 순 없다는 것이다.
수혈 에이즈감염은 접촉 후 최소 3주간 지속되는 항체미형성기간에 이루어진 헌혈 혈액 때문이며 현실적으로 이들 감염 혈액을감지할 수 있는 의학적 수단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불결한 성접촉 직후 자신의 에이즈 감염 여부를 알기 위해 일부러 헌혈하는 국내풍토도 사태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의심되는 성접촉 후 항체가 충분히 생겨 감지될 수 있는 6주 무렵까진 헌혈을 삼가야 한다.이 기간중에 헌혈한다고 감염여부를 알 수는 없는 일이다.그리고 감염여부는 헌혈보다 보건소에서 받도록 홍보돼야 한다.
수혈 에이즈감염 대책으론 수술환자의 경우 자가수혈이나 지정수혈이 있을 수 있다.
자가수혈이란 미리 자신의 혈액을 조금씩 채혈한 후 수술 때 이용하는 것으로 보통 1주일에 1파인트(3백20㏄)씩 5파인트만 준비하면 웬만한 수술엔 충분하다는 것.지정수혈은 환자가 지정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자가수혈이나 지정수혈이 활성화돼 전체수혈의 5%정도를 차지하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시설과 절차의 복잡함,비용.
홍보부족등의 이유로 서울대병원의 경우도 0.1%에 불과하다는 것이 서울대병원 한규섭(韓圭燮.임상병리)교수의 설명이다.
미흡한 보상체계도 시급히 제도화돼야 한다.
현재 보사부에서 입법추진중인 의료사고분쟁조정법안에 수혈로 인한 에이즈감염도 의료사고의 하나로 포함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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