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뇌관' 해체 … 빅3 장외 대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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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대선 캠프의 시선이 2007년 대선의 ''마지막 뇌관''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에 쏠렸다. 한나라당에선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으나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 나경원.박형준 대변인이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TV 중계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左). 정동영 후보와 당직자들이 이날 밤 광화문 촛불 시위에 참석해 검찰의 수사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中). 이회창 후보 캠프의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침통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사진=조용철·오종택·강정현 기자]

2007년 대선판의 마지막 변수로 지목됐던 'BBK 뇌관'이 5일 해체됐다. 열사흘을 남겨두고 대선 구도는 '1강 2중'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구도가 형성됐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BBK 후폭풍'은 즉시 정치권의 장외 격돌로 이어졌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은 검찰을 공격하면서 저항 태세에 돌입했다.

'검찰 수사 불인정'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으로 이명박 대세론을 깨겠다는 전략이다.

손학규.이해찬.김근태 신당 공동선대위원장, 오충일 신당 대표 등은 낮 12시 명동에서 '검찰 수사결과 발표 규탄대회'를 열었다. 1000여 명의 군중이 몰렸다. '투쟁' '민주주의 필승'의 구호가 등장해 1980년대 민주화 투쟁 집회를 방불케 했다.

신당은 오후 6시부터 광화문에서 촛불시위도 벌였다. 시위에 참석한 정동영 후보는 "상식을 탄핵한 수사"라며 "검찰은 수사를 한 게 아니라 정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신당은 '이명박 BBK 특검 법안'을 발의했다.

이회창 캠프도 거리로 뛰쳐나갔다. 공식 팬클럽인 '창사랑'과 최근 이회창 지지를 선언한 '박사모' 등 지지자 60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규탄 시위를 벌였다. 오후 6시에는 광화문에서 신당 측과 불과 100m 거리를 두고 촛불시위를 했다. 이날 유세 일정을 취소한 이회창 후보는 "수사결과 발표를 듣고 황당한 생각을 하게 됐다"며 "(검찰 발표는)국민 의혹을 풀기에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의 김정술 법률지원단장은 오후 4시부터 1시간20분간 서울중앙지검 10층 접견실에서 김경준씨를 면담한 뒤 앞으로 김씨를 변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검찰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내 기억에 반해 상대방(검찰)이 요청하는 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고 이 후보 측은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6일 국회 본청 246호 회의실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공작정치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규탄대회를 열어 '맞불 작전'을 펼친다. 나경원 대변인은 "중상모략을 일삼아 온 정동영 후보는 사죄하고 후보 직을 사퇴해야 하며, 이회창 후보도 이제 명분이 사라진 만큼 원래 위치로 돌아가라"고 반격했다.

이제 관심은 여론의 향배다. 민심이 얼마나 검찰 발표를 믿느냐에 따라 후보 간 지지율이 요동칠 수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인 부동층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글=신용호·김경진 기자 , 사진=조용철·오종택·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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