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의현장>쌍방울 장채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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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그놈의 홈런 7개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사업을 하고 있었을 건대요.』 장채근(張彩根.쌍방울)에게 94년은 잊고 싶은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동안 선동열(宣銅烈.해태)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나름대로 팀의 우승에 기여해왔다고 자부했으나 시즌 도중 갑작스레 쌍방울로트레이드돼 충격을 받았다.거기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최해식(崔海植)과 신인 2차지명 선수 한명을 묶은 트레이드 라니 자존심은더욱 상했다.
『그동안 동열이 형과 짝을 이뤄 해태우승에 기여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그렇게 내보낼 줄은 정말 몰랐죠.』 트레이드가 결정된뒤 장채근은 선동열과 만나 한참을 부둥켜 안고「서러운 눈물」을 뿌리기도 했다.장가가는 일 만큼 하고 싶었던「1백홈런 돌파」라는 개인적인 목표만 없었다면 당장 은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86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9년째를 보내며 기록한 홈런이 모두 93개였다.1백호에 겨우 7개를 남기고있어 그만두기엔 너무 아쉬웠다.
또 2진 포수였던 정회열(鄭會烈)이 부쩍 커버린 해태보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쌍방울이 오히려 1백호 홈런을 쳐내기 쉬울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쌍방울행을 받아들였다.그러나 張은 잦은부상과 훈련부족으로 쌍방울에서도 무명의 박경완 (朴勍完)에게 밀려 고작 10경기에만 출장했고 기대했던 홈런은 단 1개도 쳐내지 못했다.
장채근의 자존심은 또한번 여지없이 무너졌다.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세번씩이나 받은 나를 쌍방울에서 신인취급하는데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은퇴할 수는 없다는 오기가 치밀어 1백호 홈런만 채우면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겠다던 마음을 고쳐먹었다.또 최근 교제해오던 미모의 여대생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은 것도 재기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91년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내 가 MVP가 된다고 장담했더니 다들 코웃음쳤습니다.그런데 결국 제가 MVP가 됐죠.내가 이대로 사라질는지 아닌지 한번 두고보십시오.』 재기를 장담한 장채근은 최근 떨어진 근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 종일 웨이트훈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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