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재 기자의 웰컴 투 풋 볼 <28> 외국인 감독 120% 활용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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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자 웰컴 투 풋볼의 제목은 <‘4인 4국’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였다. 당시 내용은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축구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 4명의 국적이 모두 다르고, 그래서 그들 간의 의사 소통과 선수 관리에 문제가 없을까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기우(杞憂)에 그치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지적과 일치했다. 대표팀은 아시안컵 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핌 베어벡 감독과 압신 고트비 코치는 한국을 떠났다. 일부 고참 선수들은 대회 중에 숙소를 이탈해 술을 마신 게 뒤늦게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한국 축구는 이번 주 중에 또 한 명의 외국인 감독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언론의 친절한 보도 덕에 축구팬들은 유력 후보의 이름과 약력을 사전에 숙지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거스 히딩크 이후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난 움베르투 코엘류-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 이들이 한국 축구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그들은 우리에게 가슴 벅찬 승전보를 전해주지도 못했고, 선진 축구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숱한 시행착오와 국내 지도자들의 절망, 만만찮은 경비 지출 위에 우리가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를.
새 감독이 선진 축구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빼 먹어야 한다. 히딩크 사단에서 코치로 일했던 박항서(전 경남 FC 감독), 정해성(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김현태(제주 코치)씨는 나름대로 성공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성공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 코엘류와 본프레레 밑에서 수석코치를 했던 박성화(올림픽대표팀 감독), 허정무(전남 감독)씨는 감독과 불화를 빚다 대표팀을 떠났다.

새 외국인 감독이 성적을 내기를 바란다면, 그래서 한국인 수석코치를 붙인다면 ‘감독대우 코치’가 아니라 ‘참모형 코치’를 찾아야 한다. 외국인 감독을 충실하게 보좌하고, 그에게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감독이 훈련 구상과 전력 향상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코치들이 선수들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들을 잘 다독여야 한다. 베어벡 호에서는 홍명보 코치 혼자 이 임무를 맡았지만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2인 이상의 한국인 코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훈련 내용과 실전에서의 전술·전략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는 것도 필수다.

감독의 의중을 팬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여론을 수렴해 주는 역할도 막중하다. 이는 통역이 될 수도 있고, 언론 담당관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축구협회와 팬, 그리고 언론이 감독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또 새 감독을 찾느라 부산을 떨지 않으려면.
 

정영재 기자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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