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 민주당 합당 협상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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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19일 경남 창원시의 항공기 부품업체 수성기체를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左). [창원=강정현 기자] 이인제 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강원도 춘천시 명동 지하상가를 방문해 어머니와 함께 나온 어린이와 손을 잡고 있다(右). [춘천=연합뉴스]

범여권의 1차 세력 통합으로 주목받던 정동영 후보의 대통합민주신당과 이인제 후보의 민주당 간 합당.후보 단일화 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지난 12일 두 후보와 오충일 신당 대표,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선언한 '4자 합의' 내용 가운데 양측이 의사결정 기구를 5 대 5 지분으로 구성하기로 한 데 대한 견해 차 때문이다. 신당은 이를 7 대 3으로 조정하자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5 대 5를 고집했다.

양측이 당초 협상 시한으로 정한 19일 오후 민주당 측 협상단장인 최인기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신당 측 문희상 협상단장이 협상이 결렬됐음을 통보해 왔다"며 "이번 협상 결렬은 4자 합의를 신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국민의 엄중한 책임 추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협상단 측 한 의원은 "우리는 민주당에 결렬을 통보한 적이 없고 협상은 계속하겠다"라면서도 "당내 상황을 볼 때 5 대 5를 인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희상 단장은 민주당이 7 대 3을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총선 뒤 내년 6월에 실시키로 한 전당대회를 총선 전에 치를 수 있다는 수정안을 신당 측에 제안했다. 전당대회 시기는 양보할 수 있어도 지분 양보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하자 이인제 후보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독자 출마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당사 앞에서 '사기.배신정당 통합파기 규탄대회'까지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에 밀려 고전해 온 범여권은 세력 통합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비난전을 벌이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동영 리더십에 상처=특히 15% 안팎에서 정체를 보이는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민주당과의 합당에 공을 들여온 정동영 후보는 4자 합의가 당내 반발로 무력화됨으로써 리더십 손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당 관계자는 "민주당 탈당파와 친노 그룹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며 "신당은 여러 세력이 모인 가설 정당이나 다름없는데 정 후보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 측은 마지막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정 후보 측 핵심 의원은 "협상 결렬 위기인 것은 맞지만 민주당과의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후보 등록(25~26일)까지 합당 절차가 완료되려면 늦어도 21일까지는 합당 등록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론상으로는 이틀가량 시간이 있는 셈이다.

양측 협상단은 이날 밤에도 접촉을 갖고 최종 담판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당 내부에서 "당 내부 동력을 떨어뜨리는 합당이라면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양당 일각에선 합당 없이 후보 단일화만 추진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방안이다.

신당 협상단 관계자는 "민주당이 물밑협상 대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하고 나선 것은 합당을 현 단계에서 접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며 "합당이 안 되더라도 후보 단일화 협상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 측 관계자는 "통합 없는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탁 기자 , 창원=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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