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에 62억원 베팅 안 아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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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야구 두산이 달라졌다.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김동주(31·사진)에게 4년간 최대 62억원의 카드를 꺼냈다.

제시액만으로도 역대 FA 사상 최고기록인 2004년 심정수(삼성)의 4년간 최대 6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신인 유망주를 발굴·육성한 뒤 고액 연봉의 스타로 성장하면 팔아 치우던 과거 두산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다. 김동주는 “일본 진출이 무산돼 한국에 남게 되면 친정인 두산을 선택하겠다”고 말해 조만간 초대형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베팅 사실이 알려진 16일 국내 야구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모 구단 단장은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앞으로 FA 협상의 기준이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다. 두산 팬들은 “두산이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벗어나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평가했다”며 반겼으나 일각에선 “해마다 100억대의 적자를 보는 프로야구에서 거품이 지나치다”란 비판도 있다.

◆그룹 최고위층의 전격 결정=두산의 최고액 베팅은 김승영 단장과 김태룡 운영본부장이 15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김동주와 협상을 벌이기 직전 결정됐다. 김태룡 본부장은 “서울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구체적인 액수가 안 나왔다”고 말했다. 김승영 단장은 “실력과 마케팅 차원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는 야구단의 보고를 그룹 최고위층에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결국 최고액 베팅은 그룹의 위상을 높이려는 오너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두산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기업인은 “중공업 분야 등 신(新) 사업에서 성공한 두산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데다 지난해 오너 일가의 ‘형제의 난’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는 기회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 팬 절반이 김동주 보러 온다”=그동안 두산의 야구단 경영 방식을 놓고 찬반 논란이 있었다. 심정수·진필중·정수근에 이어 지난해 박명환까지 두산은 스타들을 잡지 않고 내보냈다. 그러면서도 올해 한국시리즈 진출 등 최근 5년간 세 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올라 ‘저비용 고효율’의 짜임새 있는 경영 사례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다른 쪽에선 팬들이 원하는 스타를 내치는 ‘짠돌이 팀’이란 비판도 받았다.

김정균 마케팅 팀장은 “김동주는 과거 떠나보낸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철순 이후 두산을 상징할 수 있는 수퍼스타가 바로 김동주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한 해 4만~7만원짜리 두산 저지(jersey)가 7000여 장 팔리는데 절반 이상이 김동주의 이름이 찍힌 것이다”며 “다각적으로 평가한 끝에 김동주가 없으면 팀이 흔들린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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