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순돌이 아빠 임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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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자신의 이름보다「순돌이 아빠」로 더 잘 알려진 탤런트 임현식. 달동네 전자제품수리점의 먼지 수북한 책상앞에 앉아 있으면 어울릴 법한 수더분한 인상이지만 알고보면 바이올린으로 베토벤의『로망스 F장조』를 연주하고,승마선수로 전국체전에까지 참가한 경력을 가진 팔방미인이다.
『「한지붕 세가족」을 떠난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어딜가나 여전히 순돌이 아빠로 통해요.귀가길에 생선가게라도 들르면 주인양반이「막대기같은 마누라와 뚱뚱한 놈 먹여살리느라 고생많겠다」며 2천원짜리 고등어를 1천원에 주기도 하죠.하긴 4 년7개월여동안 했으니….그때는 팬들로부터「왜 그렇게 어리숙하느냐」는 걱정어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69년 MBC개국과 함께 탤런트 공채1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25년간 줄곧 브라운관만을 고수해왔다.
『영화는 올해 처음 해봤어요.「커피 카피 코피」라고요.영화로는 데뷔작인만큼 올해 대종상 신인상을 한번 타보려고 했는데(웃음)반응이 별로 신통찮은 것 같아요.쫓기듯 제작하는 것이 방송만 그런줄 알았는데….뭔가 너무 쉽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 탤런트가 된 뒤 연기에 도움이 될까해 승마까지 배우고 거울을 보며 표정연습도 수십차례 했지만 백마 탄 멋진 남자주인공역은 한번도 주어지지 않았고 이런 저런 드라마의 단역 출연이 고작이었다.
『그때 인기있던「수사반장」에 몇번 출연했는데 입사동기고 대학후배인 조경환은 조형사가 돼「이리와」「거기 앉아」하면서 폼을 잡는데 저는 맨날 범인역만 맡아 그앞에서「잘못했어요」라고 쩔쩔매는게 화가 나더라고요.그땐 왜 그렇게 연기를 못했는지….카메라 앞에만 서면 하도 긴장이 돼 마룻바닥이 달그락 소리를 낼 정도로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구렁이 담넘듯 능글능글한 코믹연기의 달인 임현식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그러한 긴장을 없애는데 8년이 걸렸단다.
『연기로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않을 것같아 어머니를 설득해 호구지책으로 야외촬영길에 봐둔 송추땅 3천평을 샀어요.한때는 홀스타인종 젖소를 20여마리까지 길렀는데 촬영 스케줄 때문에 관리가 어려워 10년 기르던 걸 다 팔고 지금은 무 .배추와 묘목만 재배하고 있지요.그것만도 손이 모자라 가끔씩 친구.후배들에게「술과 고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꼬드겨 농사를 부려먹곤하지요.물론 수확한 것을 다 나눠 갖지만요.』『그래도 그 농장덕에 무명에 가깝던 시절에 아내(인왕국교 교사)도 만날 수 있었어요.몸과 마음이 좀 느슨해 질때 농장에 가 땀을 빼고 나면새로운 각오가 새록새록 생겨 삶의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 좋고요.』 ***SBS『여태 뭘 했수』 출연 최근 허리디스크로 18일간이나 병원신세를 졌었지만 PD의 간곡한 설득에 SBS『여태 뭘 했수』출연을 수락했고,조금이라도 아픈 모습이 브라운관에비칠까 이를 악물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중학교 다니는 세딸이『아빠가 출연하는 드라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말썽없이 공부를 잘해 줘 고맙기만 하다』는 그는 가장 한국적인 인간상을 표현해 보려는 욕심을 늘 갖고 있다.『「메밀꽃 필 무렵」이나「운수 좋은 날」같은 단편에 나오는 정감있는 한국인상을 연기한다면 사재라도 털어시리즈로 10편정도 만들어 봤으면 해요.가장 토속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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