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북료로 무슨 떼돈 벌겠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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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기왕에 한국의 50여 기업에 발급한 방북 초청을 무효화하고 앞으로 방북을 원하는 기업에 입북대가로 1백만~5백만달러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뉴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북한 정권의 사고 수준은 참으로 딱하다.「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표현보다는 같은 야속한 유행어에 속하지만 「뭘 몰라도한참 모른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 같다.
여행객들이 더러 만난다는 서남 아시아의 어떤 걸인유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그대로 하여금 보시선덕을 베풀도록 하는데 일조한 것은 내쪽이다.그러니 감사를 표해야 하는 것은 돈을 받은 내가 아니라 돈을 줄 기회를 어렵사리 얻은 그대 쪽이다.더구나나는 그대가 선행을 하도록 간절하게 꿇어 엎드려 빌기까지 하지않았던가.』 북한 정권은 비는 대신 난폭하게 군다는 점이 다를뿐이다. 마침 이 방북료 요구가 중국이 북한에 원유 1백45만톤을,절반은 공짜로 절반은 국제가의 반값으로 공여하겠다고 한 것과 때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흘려 지나칠 수가 없다.북한정권은 북한 인민이나 남한에 대해서는 너무나 난폭한 반 면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쪽을 못 쓴다.「주체적」이라고 할 만한 건더기가 없다.중국에 대해서는 백두산,옛 소련에 대해서는 청진.
웅기.나진 지역에 대해 영유권 내지 사용권에서 부끄러운 양보를했다는 점이 이미 드러났거나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의 원유 1백45만톤에 감읍한 나머지 남한 기업들의 동족애 넘치는북한 진출 희망을 걷어차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동족에게 난폭하게 대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 때문에 합영법등 경제 개방을 서두른지 10년이 넘었건만 외국인 투자는 아무 뚜렷한 실적이 없다는 점이다.친북 조총련 동포들조차푼돈은 보내도 뭉칫돈 투자는 극력 기피하고 있다 .『집 안에서새는 쪽박이 밖에선들 성하랴』라는 속담은 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북한으로서는 이 때문에도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입장이다.그리고 지금 북한에다 투자할 기업은 온 세상에서 한국 기업 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 정권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경제 운영 방식이 시대착오적 세습 왕조의소탐대실이나 일삼는 신경질적 중앙 전제 방식을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그 속으로 점점 더 몰락하여 들어가고 있음을 걱정한다.
중국의 경제 원조는 고사하고 미국과의 부분적 외 교 관계 수립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진실한 뜻에서 주체적인 투자및 생산활동기반을 마련하는데 실패만 거듭한대서야 인민에게 이밥과 고깃국을먹인다는 그 가냘픈 소원인들 이루겠는가.북한 정권은 마음을 좀넓게 가져야 한다.남한 동족의 대북 경제 협력을 폭넓게 초청하라.시시하게 방북료 따위나 챙기고 떨어지려는 것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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