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 역할 전면개편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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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브레턴우즈체제 이후의 세계경제질서는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
제프리 삭스 美하버드대 교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통합된 자유시장경제체제」로 규정하고,이같은 세계경제의 변화에 맞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역할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경제가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교역과 국제금융거래.다국적생산등으로 이미 통합화의 길에 들어섰다고 강조한다.
세계경제의 통합현상은 과거 50년간 세계경제의 규범이 돼 왔던 브레턴우즈체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또 브레턴우즈체제를 버텨온 국제기구들(IMF.IBRD.GATT)에도 새로운 과제를던져주고 있다.
우선 국제기구들은 각국 정부가 국제교역면에서 성숙한 세계시민의식을 갖도록 하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게 삭스교수의 주장이다.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해 보호주의의 장벽을 쌓고 개도국들은 자국시장은 닫아 놓은 채 선진국시장에 대한 자유로 운 접근을 요구하는 대립구도를 불식시키는데 국제기구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국제법의 틀을 확대하는 일이다.통합된 세계경제체제는 상업적인 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국제법규에 더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통합된 세계경제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국제경제법규가운데 무역쪽은 이미 지난해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으로 기본적인 틀을갖췄다. 그러나 무역 못지않게 법적 뒷받침이 시급한 국제금융거래에 대해서는 이러한 국제적인 규범을 마련하려는 협상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게 문제다.
IMF협정은 경상수지와 통화의 교환성에 대한 규약일 뿐 자본이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삭스교수는 IMF가 변화된세계경제여건속에서 존립근거를 찾기 위해서는 국제자본이동의 규범이 될 새로운 국제규약(슈퍼8조)을 창출,외채위 기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급작스런 자본의 역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IMF가 본래의 설립목적에서 벗어나 개도국들에 대한 차관업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큰 흐름에 눈을 돌려 새로운게임의 룰을 만들고 이를 감독할 심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4~6일간 브레턴우즈체제 출범 50주년에 맞춰 마드리드에서 열린 IMF.IBRD연차총회는 세계금융질서의 방향을 잡는데 실패함으로써 적지않은 실망을 남겼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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