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新婦가 모자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학교갈 시간이 됐는데도 상을 찌푸리고 꾸물거리기만 하는 국민학교 1학년짜리 아들에게 어머니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꼬마는 『재미가 없어 학교엘 가기가 싫다』고 대답했다.
왜 재미가 없느냐고 다시 묻자 꼬마의 툴툴거리는 대답이 이 랬다.『남들은 다 여자애들과 짝인데 나하고 몇아이만 남자애들끼리 짝이잖아.』몇년전 어는 학부모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다.
3,4년쯤 전의 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국민학교의 경우 남녀 성비(性比)가 1백10대1백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제기된적이 있었다.물론 전체국민의 성비는 훨씬 폭이 좁지만 대도시일수록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소득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江南)지역의 경우 여학생 1백명에 남학생은 1백15명 이상으로까지 벌어진다니 성(性)의 조화(調和)라는 측면에서 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남자어린이들이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할듯 싶다.
매년 1백명당 1명꼴로 남자어린이가 더 태어난다는 통계는 아직도 우리사회가 전통적 남아선호(男兒選好)사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아들 못낳는 죄」를 「시부모 잘못 모신 죄」에 이어 2위에 올려놓은 소위 칠거 지악(七去之惡)을 시대착오적인 풍습이라 매도하지만 실제로는 아들을 낳지 못해 이혼당하는 사례가 아직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현상을 어떻게받아들여야 할까.
전통적 남아선호사상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더욱 심각한문제는 그같은 성비의 불균형속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이 혼기(婚期)에 접어들게 됐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보사부(保社部)의 국회제출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이르면 숫자상 으로 혼기 남성의 21.7%가 남아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짚신도 짝이 있다』는 우리네 속담은 맞지 않게 될 뿐더러 가정의 구조나 결혼조건 따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여성 혹은 신부의「값」이 치솟아 여권신장(女權伸張)에 기여할는지도 모르고,그 결과 여아선호사상으로 일대 의식의 전환이이루어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아(胎兒)의 성을 미리 알아내 아들만 낳는 행위든,그 반대의 현상인 여아선호사상으로 바뀌든 아무래도 조물주의 뜻에는 크게 어긋나지 않겠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