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도둑을 포상한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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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仁川세금도둑사건에서 분노를 넘어 하도어처구니없어 실소(失笑)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사실이 또하나 드러났다.세금을 떼먹고,상납하고,부동산투기등을 자행해 온 세금도둑들이 「모범공무원」「우수공무원」으로 줄줄이 상(賞)을 받고표창을 받았음이 밝혀진 것이다.
사건의 중심인물인 안영휘(安榮輝)는 92년『…투철한 국가관과사명감을 가지고 세정(稅政)운영에 진취적 자세로… 재정확충에 남다른 공적이 있다…』고 하여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다른 일당들도 「세정발전 유공상」「새질서 새생활 실천 유공상」을 받는등 관련자 9명이 모두 21개의 표창을 받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포상(褒賞).표창기준이 뭐고,운용을 어떻게 했길래 도둑을 「모범」으로 만들었는가.
보나마나 뻔할 것이다.이들은 떼먹은 세금의 일부를 상납해 윗사람한테 잘 보이고,윗사람은 이들을 표창대상으로 추천하고….대충 이렇게 됐을게 틀림없다.결과적으로 세금횡령을 표창한 것이나다름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에서 우리 행정의 저질(低質).원시상태의 한 단면(斷面)을 보게 된다.포상제도는 공무원의 근무의욕과 사기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행정의 하나다.이런 포상제도가 실제 근무내용을 엄밀히 조사.평가함 없 이 아무렇게나 운용되고 있음을 이번 일은 보여주고 있다.상부(上部)가 하부(下部)의 실태를 알았던들,상급기관이 하급기관의 실태를 알았던들 이런 엉터리 포상은 없었을 것이다.또 심사가 형식적.기계적이 아니라 실질적이었다면 이런 웃음거 리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이 仁川에서만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른 지역,다른 행정기관에서도 상을 돌려가며 나눠갖거나, 위에잘보이는 사람이 실제 근무실적과는 상관없이 상을 타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리라고 본다.이런 식이 되다 보니 우 리나라에서 상의 권위가 떨어진지 이미 오래다.정부는 이번 일에 창피를 느껴야 마땅하며,포상운용에도 획기적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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