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MF.세계은행 94마드리드총회-위상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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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제 환율및 통화체제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합동총회가 다음달 2~6일 스페인의마드리드에서 열린다.이곳에서는「금융올림픽」으로 불리는 합동총회뿐 아니라 29~30일에는「브레튼우즈 회의 50주년 기념 세미나」,다음달 3일에는 아태(亞太)경제협력(APEC)재무차관회의등 굵직굵직한 회의들이 잇따라 열려 국제 통화.금융질서를 개편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 세 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이들 모임의 성격과 의미,주요 안건,예상되는 쟁점및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정부의 입장등을 알아본다.
[편집자註] 전후(戰後)세계경제질서를 상징하는 브레튼우즈체제가 올해로 만 50주년을 맞았다.그러나 지난 반세기동안 브레튼우즈체제를 버텨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이맞는 올해 연차총회는 전혀 잔치분위기가 아니다.
총회에 앞서 국제금융기구인사와 학계.연구소인사들이 참여해 벌이게 될 50주년 기념세미나에서는 날로 쇠락하는 IMF.IBRD의 개편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또 국제통화제도를 정비하고,IMF의 역할을 강화시키자는 논의도 벌어질 전망이지만 역시 빛바랜 희망에 그칠 공산이크다. 전후세계경제의 또 다른 지주(持柱)인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로 탈바꿈하면서 보다 강력한 국제무역질서의 수호자로 나서게된 데 비해IMF의 위상은 오히려 거꾸로인 것이다.여기에는 불안 한 국제통화체제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게 된 IMF의 실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국제통화제도란 각국의 돈값(환율)을 안정시키는 장치.
원래 브레튼우즈체제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고정환율제였다.
당시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의 달러를 금(金)에 연동시키고 다른 나라는 다시 자국통화를 달러에 일정비율로 묶어둔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규모의 확대로 달러수요는 늘어난 반면 금공급은부족해졌고 미국이 재정적자를 통해 이를 메워주는데도 한계가 있었다.결국 미국은 지난 71년 달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주던 금태환(金兌換.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주는 제도)을 정지시켰고,이로써 브레튼우즈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후 국제통화제도는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정해지도록 하는 변동환율제도로 바뀌고 IMF의 특별인출권(SDR)으로 달러의 역할을 대신하는 방법이 제시됐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변동환율제의 근거는 환율의 시장기능에 의해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것이지만 70년대이후 각국의 국제수지불균형은 더욱 심화됐고,오히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만 증폭시켰다.
이에대해 브레튼우즈 특별위원회는 지난 7월 현재의 불안정한 변동환율제를 포기하고 일정한 환율변동대를 설정하는 準고정환율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사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IMF의 실추된 위상을 높여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IMF의 주도로 새로운 국제통화질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미국.일본.독일의 재무당국에 의해 즉각거부됐다.환율변동범위를 지키자면 각국 정부의 독자성이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결국 IMF를 주축으로 하는 국제통화체제는 선진국들의 반발에 부닥쳐 W TO체제와 같은 공감을 얻지 못한 셈이다.
사실 그동안 국제통화질서의 큰 줄기를 잡는 일은 IMF의 조정보다는 선진5개국(G5)이나 선진7개국(G7)등 주요선진국들의 합의에 의존해 왔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G7의 뒷받침없이 IMF의 결정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그러다보니 IMF가 선진국들의 정책조정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으면서 개도국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개도국에 대한 자금지원면에서 IMF와 IBRD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문제도 있다.IMF와 IBRD의 개편논의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어쨌든 브레튼우즈체제는 출범 50년만에 중대한 개혁의 기로에서게 됐다.이번 회의에서 그 개혁의 모습이 얼마나 선명한 모습으로 드러날지는 미지수다.그러나 당장 결론을 내지는 못하더라도개혁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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