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인관을 바꾼 신데렐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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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15면

베티 수아레스의 인생의 목표는 단 하나, 출판업계의 에디터가 되는 것. 하지만 똑똑하고 사려 깊고 영민하고 일까지 잘하는 베티이건만 취업은 줄줄이 미역국이다. 왜냐고? 이유는 오직 하나. 못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아름다움에 대해 거의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패션 잡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일을 하게 된다면? 이 못생긴 소녀 성공기를 ‘어글리 베티’가 담고 있다.

문은실의 ‘미드’ 열전 <9> 어글리 베티

베티는 못생겼다. 못생기고 촌스럽지만 주근깨를 지우고 두꺼운 안경을 벗어 던진 후 이브닝드레스를 걸치면 신데렐라로 재탄생하는 예의 그 여주인공들이 아니라, 리얼리티가 확 살아있는 생김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귀염성 있고 정이 가고 성격이 좋아 인망이 두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변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발군의 귀염성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어글리 베티’는 ‘미운 오리 새끼, 백조 되다’ 식의 온갖 스토리 가운데서 단연 참신함을 발휘한다.

베티는 어찌어찌 요행수로 꿈에도 그리던 잡지계에 들어선다. 굴지의 출판 재벌이 아들의 바람기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계산에 엮인 것이다. 그 다음은 뻔하지 않겠는가. 늘씬한 모델에 둘러싸여 섹스에 집착하던 재벌 2세는 오로지 인간성과 능력만으로 승부하는, 두꺼운 뿔테 안경에 파란색 치아교정기를 끼고 종횡무진 뛰는 베티의 도움을 받아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간다. 이른바 자아 찾기에 성공하는 과정이랄까.

드라마와 코미디의 장점을 두루 섞어, 이른바 드라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훈훈한 웃음을 안겨 주는 ‘어글리 베티’는 2007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았으며, 몇 달 후에 거행된 에미상에서는 예상대로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또 미국의 치아 미백제품 제조회사인 ‘아쿠아프레시 화이트 트레이스’는 2007년 브라운관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공주였던 베티 수아레스의 사람 좋은 미소를 1000만 달러짜리 보험에 등록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TV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어글리 베티= 2006년 가을 시즌에 미국 ABC 방송사에서 첫 전파를 탄 ‘어글리 베티’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TV판이라는 칭송만큼이나 화려한 패션의 세계를 구경할 수 있는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KBS 지상파 방영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 케이블 올리브 채널에서 시즌 1이 방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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