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미리보는명승부>여자골프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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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0월9일 오전3시30분 히로시마 하치혼마쓰CC.뎅그렁하고 4백10야드의 마지막홀에 공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송채은(宋采恩.23)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고 한손을 들어 활짝 웃어보인다.
대만의 황유에친과 4일간의 사투를 마감짓고 여자 골프 2관왕이 확정되는 순간이다.
국제대회에서 운이 없었던 송채은에게는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떨어내는 순간이기도하다.
이대회를 앞둔 宋의 마음은 유달리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원재숙(元載淑)의 프로전향이후 국내아마추어의 대표주자로 자타의 공인을 받아왔지만 그에 걸맞은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해왔기 때문이다.물론 필라 오픈에서 프로들을 제치고 아마선 수로 첫2연패를 달성하는등 국내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는 92년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5월의 퀸시리키트컵에서도 개인순위는 4위가 고작.아마추어를 마감하는 올해,아시안게임은 宋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마음을 단단히 다져먹고 출전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대만의 강호 황유에친이 무서운 기세로 앞서 나갔다.지난해부터일본에서 프로들과 부대끼며 지난달 후지산케이대회에서 우승하는등그동안 기량이 놀랍게 성장해 있었다.
승부는 마지막날 갈렸다.3라운드까지 6언더파 2백10타로 앞서가던 황유에친이 페어웨이가 좁은 2번홀에서 드라이브 샷을 벙커로 빠뜨리는 바람에 보기.宋은 파3의 3번홀에서 버디로 동점.이후 두선수는 15번홀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파행진을 계속했다. 16번홀.중간이 좌로 굽은 5백60야드 롱홀에서 송채은은 첫드라이버로 2백70야드를 날리고 이어 3번 우드로 극적인2온에 성공했다.버디.역시 장타인 황은 송채은의 샷에 당황,모래벙커에 공을 빠뜨렸고 승부는 여기서 뒤바뀌었다.송은 나머지 두홀을 파로 막고 4일간의 접전을 마감,개인 우승을 차지했다.
한희원(韓熙園)강수연(姜秀衍)의 분전에 힘입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걸게됐다.
〈王熙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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