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말라리아환자 발행-국내서 모기에 물려 8명 발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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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더위가 가신뒤「아폴로 눈병」이 전국에서 유행하는 가운데 70년대말 국내에서 사라졌던「토착 말라리아」환자가 최근 경기도 일원에서 8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근래 동남아등 여행객이 말라리아모기에 물려 발병,국내에 들어와 환자로 확진된 경우는 있었으나 국내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걸린 사례는 처음이다.
12일 보사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8월까지 경기도 연천에서 김포에 이르는 휴전선 지역에서 군인 6명.민간인 2명이 토착말라리아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확인된 재발생 토착말라리아 환자는 93년 8월 경기도 파주군 소재 육군 모부대 소속 장병 安모씨(23)로 지난해 8월 서울대병원에서 확진됐으며 나머지 환자들도 올 5~8월사이 서울대병원.중앙대부속병원.국립보건원등에서 토착환자 로 진단받았다. 서울대의대 蔡鍾一교수(기생충학)는『환자들이 모두 외국여행을 한 일도 없고 수혈을 받거나 정맥주사를 맞은 일도 없어 혈액검사 결과 토착 말라리아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이들 환자가 北韓말라리아모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세계보건기구(WHO)에는 최근 수년간 北韓환자 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진상을 파악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유례없이 더운 날씨가 계속됐던 올해 날씨와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따라 국립보건원은 조사반(반장 申鶴均 바이러스부장)을 구성,환자조사에 이어 지난달말부터 환자발생지역인 경기도 연천.파주.김포군 일대의 군인과 주민들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보사부 李德衡 방역과장은『매일 4~8시간씩 온몸에 열이나고 몸이 오싹오싹 추워 항생제를 먹어도 낫지 않고 무슨 질병인지 진단이 어려운「不明熱」환자들은 특히 역학조사에 자진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불명열은 장티푸스.유행성출혈열.말라리아등 환자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해외에서 유입된 말라리아는 88년 8건,89년 1건,90년 6건,91년 2건,93년 3건이 보고됐으며 92.94년에는 보고된 환자가 없었다.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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