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왕' 쿤사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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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마약왕' 쿤사(74.사진)가 사망했다고 AP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쿤사는 태국.라오스.미얀마 등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마약을 대규모로 생산해 '죽음의 왕자'로 불렸다. 이 통신은 쿤사의 측근과 익명의 미얀마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쿤사가 26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숨진 뒤 화장됐다고 전했다. 쿤사는 최근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아 왔다.

그는 중국인 아버지와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샨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전투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그는 1960년대부터 황금의 삼각지대를 기반으로 조직원 수를 늘리며 양귀비와 헤로인 생산의 실력자로 부상했다. 쿤사는 82년 미얀마 국경지대의 호몽 계곡에 둥지를 틀고 위성TV와 학교, 지대공 미사일까지 갖춘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다.

마약 전문가들은 당시 미국에서 유통된 헤로인의 60%가 쿤사의 마약 왕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뉴욕법원은 89년 마약 밀매 혐의로 쿤사를 기소하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200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그러나 쿤사는 자신을 미얀마 북동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샨족의 해방전사이자 '왕관 없는 왕'이라고 자처했다. 쿤사는 96년 자신이 통제하던 병력과 장비를 미얀마 군부에 넘기는 조건으로 사면 조치를 받았다. 이후 양곤에서 화려한 은둔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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