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짬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1890년대 일본 나가사키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한 중국인이 동포 고학생들이 배를 곯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다 인근 화교 식당에서 쓰다 남은 닭이나 돼지 뼈, 푸성귀를 한데 모아 국물을 우려내고 국수를 말아 그들에게 주었다. 이것이 ‘짬뽕’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짬뽕’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음식이 됐다. “양파와 해물이 어우러진 매콤하고 구수한 짬뽕 맛을 잊을 수 없다” “술 마신 다음 날 매운 짬뽕 국물을 마시면 속이 확 풀린다”처럼 ‘짬뽕’이란 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여러 주제를 짬뽕해 질문한다”처럼 무엇을 뒤섞는다는 뜻으로도 ‘짬뽕’이란 말을 쓰고 있다.

‘짬뽕’은 일본어(ちやんぽん)에서 온 말로, 원래 한데 뒤섞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이나, 어떤 이야기를 하다 다른 얘기를 해서 두 가지 얘기가 뒤섞이는 것을 ‘짬뽕’이라 한다. 여러 가지 야채와 해물을 기름에 볶아 매콤하게 끓인 중화요리의 하나도 짬뽕이다.

‘짬뽕’의 중국식 이름은 ‘초마면(炒碼麵)’으로, 국립국어원은 ‘짬뽕’ 대신 ‘초마면’으로 쓸 것을 권하고 있지만 ‘짬뽕’이 워낙 굳건히 자리 잡은 말이라 바꿔 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러 가지를 섞는다는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뒤섞기’로 순화해 쓰면 된다.

권인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