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이회창 - 박근혜 '애증의 3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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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50일.

2007 대선의 '마지막 변수'로 꼽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 막후엔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빅3'간 치열한 애증의 3각관계가 드라마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 전 총재가 주연이다. 여기에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청원 전 대표, 이재오 최고위원 3인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 '분열이냐, 통합이냐' '덧셈 정치냐, 뺄셈 정치냐' 한나라당 대선구도의 갈림길에 여섯 사람이 서있는 셈이다.

독자 출마설의 주인공은 이 전 총재인데 역설적으로 박 전 대표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 경선 땐 이 전 총재를 사이에 두고, 이 후보와 박 전 대표 측이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이젠 박 전 대표를 사이에 두고 이 전 총재와 이 후보 측이 경쟁하는 모양새로 바뀌었다. 이 전 총재가 독자 출마를 꾀한다면 자신과 지지기반(보수 세력과 대구.경북 지역)이 겹치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반면 이 후보는 어떻게든 박 전 대표를 끌어안아 이 전 총재의 독자 출마를 막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과연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를 도울까.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관계엔 애증이 얽혔다. 1997년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돕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했지만, 2002년 대선을 앞두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비판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지난 경선 때도 두 사람의 관계는 불편한 편이었다. '엄정 중립'이라는 이 전 총재였지만 이따금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전 총재는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가 감정적으로 격돌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상처가 깊으면 단일화해도 고전할 수 있다"고 말해 당시 이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던 박 전 대표 측의 김을 뺐다. 이 때문에 당시 박 전 대표 측에선 "이 전 총재가 이 후보를 민 뒤에 그의 낙마를 기다려 출마하겠다는 수 아니냐"는 분석이 확산됐다. 박 전 대표 측 핵심들이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엔 이런 속사정이 있다.

이 후보 측은 다급해졌다. 한 측근은 "앞으로 임명할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을 기용하고, 내년 총선 지분을 약속하는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연들의 감정 대립도 변수=빅3 간 파워게임엔 이 후보 측 이재오 최고위원과 박 후보 측 서청원 전 대표의 경쟁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중앙대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경선 기간 양측의 사령탑으로 극심한 감정 대립을 겪었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들은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부추기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서 전 대표를 지목한다. 15일 서빙고동 자택에서 이 전 총재를 만난 서 전 대표는 그러나 "내가 그럴(이 전 총재에게 출마를 권할)사람인가"라고 부인했다.

여기에 YS의 지원을 받는 이 후보와, 97년 이래 YS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 전 총재가 감정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이 전 총재의 자택을 인사차 찾아가려 할 때 이 전 총재가 '배탈'을 이유로 정중하게 거절한 것에도 이런 문제가 깔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서승욱 기자

▶[동영상] 산으로 간 박근혜

[대선토론방] "출마 이래서 옳다" "여권의 작품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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