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꼭 필요하다' 주부 10명 중 1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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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혼 여성의 절반은 아들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5년 전(1991년)만 해도 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은 28% 정도였다. 아들이 꼭 필요하다는 기혼 여성은 10명 중 한 명 뿐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06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사연이 지난해 6~8월 남편이 있는 15~44세의 여성 5386명을 면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0.2%에 불과했다. 1991년 같은 조사(40.5%)에 비해 무려 4분의 1로 줄었다. 반면 '아들이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자는 91년 28.0%에서 지난해 49.8%로 크게 늘었다.

전영주 신라대 교수(가족노인복지학)는 "아들 선호 사상이 약해지는 것은 노후 보장이 사회와 국가의 책임 문제로 바뀌면서 자녀에 대한 의존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 중 노후생활 지원이나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 아들이 필요하다는 여성은 3.6%(복수응답)밖에 되지 않았다. 전 교수는 또 "경제적 능력 등 조건이 같을 경우 아들보다 딸이 부모에게 더 잘한다는 관념이 커진 것도 아들 선호도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사연 연구팀은 "저출산 시대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남아선호 가치관의 문제는 크다"고 지적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승권 연구위원은 "임신을 해본 여성 가운데 자연요법이나 초음파.양수 검사 등을 통해 아들을 낳으려고 노력했다는 응답자 수는 3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이는 불법적인 태아 성감별과 산모 건강에 해로운 임신 중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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