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이번에도 ‘해결사’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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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중·일 3국의 대표들이 다시 베이징에 모였다. 8회 중 일곱 번을 우승한 최강국 한국은 이창호 9단을 수문장으로 여덟 번째 우승을 노린다. [사이버오로 제공]

바둑은 땅뺏기, 즉 영토 싸움이기에 전쟁을 꼭 닮았다. 올해도 베이징(北京) 에서 한·중·일의 바둑대결이 16일 시작됐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는 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 최강전. 진짜 전쟁에선 몰라도 바둑판 위의 전쟁에선 한국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지난 8년간 한국은 이 국가대항전에서 무려 7번을 우승했다.

 올해 9번째 대결은 출발이 팽팽하다. 초반 세 판의 결과는 3국 모두 1승1패.

 16일의 개막전은 중국 대 일본의 대결이었는데 일본의 하네 나오키 9단이 중국의 펑취안 7단과 접전을 펼친 끝에 백을 들고 반집승을 거뒀다. 17일의 2국은 한국 대 일본전. 한국의 선봉장으로 나선 홍민표 6단이 초반의 불리를 딛고 줄기차게 추격하여 하네 나오키 9단을 역시 반집 차로 꺾었다. (236수, 백반집승)

 홍민표 6단은 세계대회서 4강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아직 우승 경력이 없는 신예. 한국 랭킹은 15위다. 18일 중국은 홍민표를 상대할 두 번째 선수로 왕시 9단을 내보내 성공을 거뒀다. 왕시는 중국 랭킹 4위로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정상급 기사. 홍민표 6단이 강수를 연발하며 투혼을 발휘했으나 왕시의 두터운 방어막을 돌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9일의 4차전은 다시 중국과 일본의 대결. 이 판을 끝으로 베이징의 1라운드는 막을 내리고 11월 부산의 2라운드로 이어진다.

 한국의 남은 선수는 이창호 9단, 박영훈 9단, 조한승 9단, 목진석 9단 등 4명. 이세돌 9단이 빠졌지만 지난 8년간 한국 팀 주장으로 불패 신화를 일궈왔던 이창호 9단이 버팀목이다. 이 9단은 6회 대회 때 막판 5연승으로 한국 우승을 지켰고 8회 때도 중국의 랭킹 1, 2위를 막판 연파하며 ‘철의 수문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은 창하오 9단, 구리 9단, 후야오위 8단, 왕시 9단으로 이어지는 진용이 그야말로 최강자들을 총동원한 모습이다. 농심배에서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어보려는 중국의 의지가 느껴진다.

 일본은 ‘한국 킬러’ 요다 노리모토 9단과 명인·본인방 양대 타이틀을 쥐고 있는 다카오 신지 9단, 천원 타이틀 보유자 고노린 9단, 야마다 기미오 9단 등 4명이 남아있다. 일본은 3국 중 가장 약한 전력. 그러나 일본은 7회 대회 최종전에서 요다 노리모토가 이창호 9단을 꺾으며 우승한 전력이 있다. 이창호 9단은 이때 농심배에서 14연승 끝에 첫 패배를 기록했고 지금까지도 유일한 패배로 남아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1국) 펑취안 7단(中) 대 하네 나오키 9단(日)=하네 279수, 백반집승

◆(2국) 홍민표 6단(韓) 대 하네 나오키 9단(日)=홍민표 236수, 백반집승

◆(3국) 홍민표 6단(韓) 대 왕시 9단(中)=왕시 231수, 흑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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