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어디로가나>금융개혁 정부 무얼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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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융부문의 개혁은 新경제가 가장 야심적으로 추진한 과제중 하나다.이른바 「官治금융」으로 대표되는 금융산업이나 금융시장은 그동안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성장한 실물부문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97년으로 예정된 금융시 장의 본격 개방을 앞두고 종전의 체질과 경쟁력으로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다.
신경제의 주역인 洪在馨재무장관이나 朴在潤경제수석 등이 누구보다 이런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금융을 전공한 학자와 은행장 출신이라는 경력과 체험을 살려 朴수석과 洪장관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도있게 금융개혁을 추진했다.
이들이 선정한 메뉴부터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굵직한 것들이었다.1년전 金泳三대통령이 「개혁중의 개혁」이라며 발표했던 금융실명제 실시를 필두로 은행장인사 개입 중지.금리자유화 확대등의 금융자율화,진입규제를 풀고 업무영역을 조정 해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하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조치들이 제시됐다.외환및 자본거래 자유화도 밀도있게 짰다.대내적으로는 자율화,대외적으로는 국제화를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 개혁의 큰 방향이었다.
또 하나 강조한 것은 실천의지였다.洪장관은 작년 4월 『이제껏 말로만 해온 금융개혁 과제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겠다』고강조했다.특히 올들어서는 외환관리법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방침 아래 작년에 짠 외환과 자본거래부문의 시행일정을 96년 OECD 가입일정에 맞춰 1,2년씩 앞당겼다.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7월말 현재 금융개혁분야 1백72개 과제중 44.8%에 해당하는 77개 과제가 이미 실행됐으며,현재추진중인 과제가 44개(25.6%)로 1년반만에 절반 이상의 진척도를 보였다.이런 집계를 토대로 재무부는 금 융분야의 개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과속」의 조짐도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나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평가는 정부처럼 후하지 않다.금융개혁의 간판격인 실명제의 경우 「실시」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내용이나 강도면에서 「함량미달」이었다(朴英哲금융연구원장.李弼商고대교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율화와 경쟁촉진을 통해 체질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금융자율화 역시 금리자유화의 소극적인 추진,자산운용을 둘러싸고 여전히 남아있는 창구지도,갑작스레 확대된 자율을 눈치보기와 담합(각종 수수료 및금리결정등)으로 밖에 소화할 수 없는 금융기관들의 적응력 부족등이 겹쳐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
무엇보다 은행에 주인찾아주기(금융전업군 또는 금융전업가제도)나 업무영역 조정,금융기관 대형화.전문화등 「밥그릇」과 관련된문제들은 형식적인 접근에 그쳐우리 금융산업의 미래상을 맵시있게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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