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의 싸움 百態-산.계곡도 밤늦게까지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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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원한 바람속에서 잠좀 제대로 푹 자보자.』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90년만의 혹서로 열대야현상이 연일 계속되자「찜통 밤더위」를 피해보려는 갖가지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퇴근후 가족단위로 냉방시설이 잘된 호텔.여관이나 서울 근교 휴양지등에서 잠을 잔뒤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는「신종 피서법」이등장했는가 하면 몇몇 시민들은 아예 인근 산이나 유원지에서 가족끼리 노숙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 힐탑호텔의 예약직원 金모씨(25.여)는『가족단위로호텔에 하루 또는 2~3일 단위의 피서를 예약하는 경우가 하루두세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청평.양평.마석.장흥등 서울 근교 휴양지의 경우 방갈로.콘도.민박촌엔 오후9시만 되면 서울 탈출 바캉스족들이 몰리고,평일에도 아침이면 가족을 남겨두고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눈에띄게 늘고 있다.
도시주변 산이나 계곡등 유원지들도 밤늦게까지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루기는 마찬가지.
북한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金正植씨(39)는『지난해의 경우엔 밤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거의 없었으나 올해엔 하루 평균 3백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계곡물로 밤더위를 식힌다』고 말했다. 또 퇴근후 집에 돌아와 온가족이 에어컨이 달린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1~2시간 무작정 돌거나 아예 차를 한곳에 정차시키고 에어컨을 켠채 서 있는 차량이 늘자「에어컨 드라이브」라는신종 유행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바닷가와 접해 있는 부산.인천등 해안도시에서는 야간수영이 금지된 탓에 단속의 눈을 피해 물속에 살짝 몸을 담그는 이른바「야캉스」가 새로운 풍속도로 등장했다.
〈表載容.姜甲生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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