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비접촉 남북대표에 바란다-마침내 天時 무르익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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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분단 50년에,이제 바야흐로 서광이 비치는가 봅니다.비로소 남북 頂上이 처음으로 무릎을 맞댈 公算이 높아졌다는 이 사실.
뭐니뭐니해도 우리 국민 7천만은 우선 이것을 애타게 바라왔고,기다려 왔습니다.
이웃간의 사사로운 관계에서도 그런 것처럼 결국은 主당사자들이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것입니다.남북분단 50년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主당사자,바로 양측 권력의 頂上입니다.그렇게 두 사람이 만나서 툭 터놓고 두 세시간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두사람이,혹은 그 두사람 중의 어느 한쪽이 木石이 아닌 한은 지난 50년동안얽히고 설킨 이 남북문제도 슬슬 풀려가기 시작하 리라는 걸 우리 7천만 국민은 굳게 믿어왔습니다.
22년전,지난 72년에 李厚洛씨가 평양으로 들어가 金日成주석을 만나 국민들은 별안간에 날벼락 만난듯이 놀랐었지만,그뒤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그때 李厚洛씨는 중앙정보부장이었습니다.그때도 어느 정도의 수순을 밟아서 양측 頂上이 무릎을 맞댈 수가 있었다면,좀더 알맹이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하긴 그 당시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을는지도 모릅니다.극비리에 오고 가고 했다는 것부터가 하나의 해프닝이었지요.
天運이라는게 있듯이,이런 일에는 天時라는게 있는게 아닌가 싶어지기도 합니다.미국.중국간의 탁구외교던가요.닉슨대통령의 上海방문으로 비롯된 미국.중국의 화해무드에 힘입어 우리 남북간에도그런 식의 날벼락같은「교환」이 잠깐 있긴 했습니 다만,아직 하늘이 점지했던 「天時」는 아니었지요.
李厚洛씨가 金주석을 만나 朴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고,朴成哲씨가朴대통령을 예방해서 金주석의 뜻을 전하긴 했습니다만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았습니까.
85년인가에도 북한에서 어느 요인이 와서 경기도기흥의 어느 재벌 별장에서 극비리의 해후가 이뤄지고 우리측의 朴모씨가 평양으로 들어가서 어쩌고 저쩌고 했다고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지만,제대로 되는 일이었으면 모양새부터가 그렇게 될 리 가 없었지요. 더구나 우리 국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까.그러니아직 하늘이 점지했던 때는 아니었지요.그러나 이번의 이 일은 다릅니다.그리고 이점은 7천만 국민 누구나가 특유의 눈치로 느끼고 있습니다.
분단 50년,분단 50년만에 드디어 天時가 와닿는 조짐인듯도합니다.핵 위기,카터의 평양방문,여기서 金주석은 말하더군요.
『지난 40년간 남북분단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진전이 없었던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남북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핵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라고요.
그리고 金泳三대통령이 남북수뇌회담을 제안한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고,이 제안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고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더군요.
자,이렇게 되면,내일 예비접촉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우여곡절과 자연스러운 과정을 우리 국민 7천만은 환히 투명하게 꿰고 있습니다.일의 수순은 모름지기 이래야 할 터입니다.
남북頂上이 이렇듯 순조로운 수순을 밟아 무릎을 맞대는 일,우리 국민 7천만은 우선 이것을 애타게 기다려왔고 그렇게 만나서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남북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리기 시작하리라는 걸 믿어왔습니다.
이번 예비접촉에 나서는 李洪九대표를 비롯한 세 대표는 온 국민의 이「바람」과「믿음」을 뜨겁게 명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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