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노래 속 공중전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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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공중전화가 애물단지로 전락해 KT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 때문에 사용량이 급감한 결과다.

경제적 논리만 앞세운다면 공중전화가 언제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공중전화 요금이 20원이던 때를 기억하는 세대에게 공중전화의 쇠락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들에게 공중전화는 통화기기 이상의 의미였다. 휴대전화는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 공중전화 부스는 사랑의 단맛과 실연의 쓴맛이 교차하던 공간이었다. 연인과 밀어를 나누기 위해 밤늦게 동전을 챙겨 공중전화로 향했던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술만 취하면 버릇처럼 공중전화 수화기를 붙잡던 청춘도 많았다.

그런 공간이었기에 공중전화는 대중가요의 단골 소재였다. 공일오비(015B)의 ‘텅빈 거리에서’(1990년)가 대표적이다. “…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너를 사랑해/눈물을 흘리며 말해도/아무도 대답하지 않고/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

‘외로운 동전 두 개’는 사랑을 고백할 용기조차 없는 바보 같은 마음 그 자체였다. 공중전화 요금이 오를 때마다 노래방에서 ‘동전 두 개뿐’ ‘동전 세 개뿐’ ‘동전 네 개뿐’으로 바뀌어 불리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화’(88년)도 공중전화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아무 말 못했던 바보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그룹 소방차의 ‘통화중’(88년)과 김혜림의 ‘DDD(장거리자동다이얼 전화)’(89년)는 경쾌한 리듬의 댄스곡이지만, 가사만큼은 발라드 못지 않은 애절한 감성이 배어 있었다.

“인파에 묻혀/수화기를 들었네/오늘도 그 마음은 통화 중…”(‘통화중’), “…그대와 난 이렇게 멀리/헤어져 있기에/전화 다이얼에 맞춰/아쉬운 마음을 전하네….”(‘DDD’)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전화가 차라리 통화 중이길 바랐던 기억, 정작 전화가 연결되면 떨어지는 동전 소리처럼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쯤은 다들 갖고 있을 법하다. 비 오는 날 무작정 걷다가 그녀의 집 앞 공중전화에서 사랑 고백을 하는 ‘그냥 걸었어’(임종환·94년) 등이 많이 기억되는 공중전화 노래들이다.

공중전화 노래들은 대부분 히트하며, 아직까지도 노래방 등에서 많이 불리고 있다. 수많은 사연이 녹아있는 특수한 공간을 소재로 큰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리라. 공중전화가 박물관으로 사라진다 해도 사람들 마음 속의 공중전화는 여전히 ‘통화 중’ 상태로 남을 듯하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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