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유학무엇이문제인가>下.정책도 목적도 없이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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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나라에 유학정책은 없다.만약 있다면 그 정책은 실패작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留學길에 올라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고 인종차별을 이겨내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거나,준비도 목표도없이 부모에게 등을 떼밀려 遊學길에 나서 매일밤을 클럽과 카지노에서 보내고 있건 간에 너나없이 유학생이라면 한목소 리를 내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자비유학 자율화를 내세우며 뚜렷한 유학정책을 펴고 있지 않음에도 유독 우리나라 유학생들이면 유학정책의 부재를 지적하는 현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동결된 입학정원으로 대학진학이 좌절당하는 수험생 4분의3에게적절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시위주 교육과학벌위주 사회속에서 유학이란 마치 장미빛 대안으로 다가서기 일쑤다. 여기에 주위의 시선만을 의식해 학업성적이 낮거나 재수중인 자녀를 무작정 유학생으로 둔갑시키려는 부모의 욕심까지 곁들여지면 留學과 遊學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은 대입수험생중 대학에 진학하는 4분의1의 학생에 초점 이 맞춰진 초.중등교육의 전면적이고도 혁명적인 개혁과 능력위주의 사회구축이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목표달성이 요원한 탓에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유학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고교시절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유학생활을 먼저 시작한 저를 찾아와 울먹이는 학생이 한둘이아니었습니다.그들의 공통점은 돈있는 집안이되 유학을 온 목적의식은 결여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국민학교 5학년때부터 유학을결심,중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뉴질랜드로 건너가 고교시절부터 유학생 카운셀러를 해온 金大烘군(19.오클랜드大)의 증언이다.
유학을 떠나려는 학생과 학부모의 뚜렷한 목적의식 확립은 국제화.개방화 추세를 역행하지 않으면서도 유학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막상 유학을 결심했지만 자격도 검증할수 없는 사설유학원을 통하지 않고는 유학정보를 구할 길이 막막하기만 했습니다.유학원에 수속을 맡겼다 조건부입학이 전제된 어학원이 문을 닫아버리는바람에 1년치 학비를 송두리째 손해 보고도 하소 연할 곳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당한 경험을 유학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기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학업 틈틈이 동료학생들의 유학수속을 도와주고 있는 梁承燦씨(28)의 말이다.
유학생이 학교에 내는 학비와 숙식비의 15~25% 커미션을 노리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유학원들의 폐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뚜렷한 목적을 가진 유학생들에게 공공기관을 통한 광범위한 유학정보 제공과 사설유학원에 대한 정부의 인가.감독은당장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그러나 현실은 현지 대사관은 물론 교육부에서 조차 효율적인 인력관리를 위한 유학생의 국가별.전공별.학교별 통계등 기초자료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불법 유학생들이 신고를 할리 없으니 파악을 할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설명이 수긍 은 가지만 『바로 그같은 문제점의 원인이 정책부재에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해외유학 정부담당자들의 모습이다. 또 정상적인 유학생들이라도 재외국민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본국정부로부터 얻을게 없다』는 인식때문이라는 것인데,한번쯤 반추해봐야할 부분이다.
『유학생을 교육상품의 고객으로 간주하는 유학대상국으로부터 우리나라는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를 외면당하고 있습니다.호주에서 싱가포르.홍콩 유학생까지도 수혜가 가능한 장학생범위에서 우리나라가 빠져 있거나 유학대상국으로부터 봉취급을 받아 도 현지 공관이나 본국정부가 이를 시정하려는 어떤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를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大 한국유학생회 항변이다.
다음은 교민사회의 인식변화를 촉구할 수 있다.
교민사회는 유학생을 알선하면서 수수료를 받고,하숙을 치거나 조기유학생의「보호자로서 돈(Guardian Fee)」을 받기도한다.또 대부분의 유학생 상대 유흥업소는 교민들의 소유다.
하지만 상당수 교민들은 유학생들에게 이국생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들을 포용하는 기능보다「유학생과 어울리면 자녀를 망친다」는 소극적 태도로 유학생들을 따돌리고 있다.
결국▲유학생의 뚜렷한 목적의식 확립▲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유학정보의 확보▲정부와 현지공관의 적극적인 유학생 보호정책▲교민사회의 따뜻한 포용은 遊學을 留學으로 되돌리는 지렛대가 될수 있는 것이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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