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펀드 모니터링<下> 보유종목·설정액 따져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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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주엔 벤치마크를 이용한 모니터링 방법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엔 보유 종목 및 설정액 변화를 이용한 모니터링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포트폴리오 스타일 분석입니다. 기업의 수익가치 및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지만 성장 가치가 높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을 편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투자 스타일입니다. 보통 투자 스타일은 가로 세로 각각 3개의 칸으로 구성된 일명 ‘스타일 박스’를 통해 보여줍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치주에서 성장주, 위에서 아래로 대형주에서 소형주를 표시합니다. 따라서 좌측 상단 칸에 색이 칠해져 있으면 ‘대형주이면서 가치주를 많이 보유한 펀드’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흔히 고배당주 펀드는 가치주 패턴을, 정보기술(IT)주 펀드는 성장주 패턴을 보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고배당주 펀드라도 100% 가치주 계열은 아닙니다. 스타일을 측정할 때 미래가 아닌 과거의 수익 및 자산 가치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펀드매니저가 지금까지 평범한 주식이었는데 향후에 고배당주가 될 가능성이 큰 주식에 많이 투자했다면 가치주가 아닌 혼합주(가치주와 성장주 중간 형태) 스타일로 표시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회전율입니다. 저평가된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겠다면서 회전율이 높다면 비정상입니다. 회전율은 분기 단위로 공시되는 자산운용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데 업계 평균 수준은 연간 150∼200%입니다. 가치주 펀드라면 연간 100% 미만이어야 할 것입니다.

 종목별 투자 비중을 통해서도 살펴볼 게 있습니다. 대다수 펀드의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 등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주로 포진돼 있습니다. ‘철저한 가치투자, 종목 중심 접근…’ 운운하면서 이 같은 종목 구성 패턴을 보인다면 전부 거짓말입니다. 가치투자 펀드도 일부 초대형주를 주요 종목으로 보유할 수는 있어도 대다수 상위 종목이 익숙한 초대형 기업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설정액은 가장 손쉬운 모니터링 대상입니다. 설정액이 지속적으로 준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환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설정액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 서둘러 환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펀드는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펀드 수익률은 엉망이 될 테니까요.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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