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美.日에 경쟁력강화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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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金泳三대통령과 재계대표들의 25일 회동은 만남 자체도 그렇거니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논의라는 확실한 주제가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기대가 된다.
지금 美國이나 日本은「국가경쟁력 강화」의 열기가 나라전체를 뒤덮고 있다.미국은 민주당의 클린턴정권이 제창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사회의 기반이 되는「정보슈퍼하이웨이 계획」이 국가비전으로자리를 잡았고,상무부에서는「全美제조업 주간」을 설정해 국민들에생산성 향상을 호소하고 있다.의회는 연일「全美경쟁력법안」을 논의하고 있다.또한 국.공립연구소들은 과거 戰時부터 비축해온 군사기술을 민수용으로 바꾸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대학도 마찬가지로 MIT.스탠퍼드를 중심으로 제 조기술과 경영의 新방식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본도 질세라 80년대 중반 레이건대통령 당시 美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처방전으로 제시된 영(Young)리포트와 유사한 일본版 영리포트를 만들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최근 대학과 산업체의 아이디어를 결집한「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보고서까지 내고 있다.크게는 대학교육 재편까지 국립 東京大가 주체가 돼 시도하고 있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미국이 경제.산업정책의 자유방임(레세 페르)원칙을 버리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일본식을 따라가고 있으며 반대로 일본은 정부의 간여를 줄이면서 민간의 활력을 부추기는 미국식을 모방해가고 있다는 점이다.나 라정책이나 제조현장에서 한가지 모델을 고집해온 내셔널리즘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韓國으로서는 양쪽의 장단점을 가려내 국산모델을 잡아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미국은 클린턴대통령과 고어부통령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과학기술.산업기술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최고통치권자 차원에서 꿰차고 뛰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정치의 유동화로 정책결정 과정이 흔들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그러한 정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계가 직접 챙기고 있다.經團連.경제동우회 등 재계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제언하고 있는「대학개혁 방안」「기술창조 立國으로의 전환」「이공계학 생 확대 방안」「기능인력 양성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재계의 노력에 자극을 받은 일본관리들도「모든 정보를 서로 보고 이용할 수 있으며 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아래 省.廳간 컴퓨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예컨대 통산성의 정책에 대장성과 우정성이 참여하고 통산성공업기 술원의 기술개발에 과기청.우정성.후생성 등이 참여할 수 있는 汎부처적인 정보교류시스템이다.지금까지 만연돼온 부처간 이기주의에서 국가이익으로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다.
한국도 지금의 기회를 잘 살린다면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효율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물론 여기에는 최고통치권자를 중심으로 한 정부측과 재계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전제가 된다.구태의연하게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일방적 지시형태가 돼서는 안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회동은 최고통치권자와 재계의 의중탐색이라는 습관적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국가비전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場이 돼야 할 것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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