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환경장관 내정자의 ‘위장전입’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우리 사회에 위장전입을 놓고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규용 환경장관 내정자가 세 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변인은 어제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엔 불이익을 주지만 자녀교육을 위한 것은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이 인사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를 반박하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 흔한 대변인 논평조차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 동조하는 눈치다. 여권이 정권을 공격하고 제1야당은 정권을 감싸는 희귀한 풍경이다. 한나라당이 이러는 것은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 위장전입의 과오가 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이란 문제가 이렇게 흘러가서는 안 된다. 부동산 때문은 안 되고 자녀교육이면 괜찮다는 것은 논리가 물구나무 선 것이다. 농지를 사거나 양도소득세를 피하려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과 자녀를 좋은 학교에 넣으려 위장전입을 한 것을 비교해 한쪽은 괜찮다는 식의 판단은 설득력이 없다. 둘 다 위법을 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가 헝클어진 것은 이명박 후보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반대가 힘들고 문제 삼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것은 아마 이를 겨냥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이 부분에서 냉정해야 한다. 꼬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이 후보는 위장전입 때문에 경선에서 대가를 치렀다. 곤경에 처했고 표를 잃었다. 사과를 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표로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 ‘이명박의 위장전입’ 문제는 유권자에게 맡기고 ‘장관의 위장전입’은 공직검증 시스템에 따라 원칙대로 다뤄야 한다. 왜냐, 지금까지 이 정부는 검증문제를 냉정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인사청문회에서 정면으로 부닥쳐야 한다. 공직내정자의 위장전입이 잘못된 것이라면 당당하게 반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왜 찬성하는지 논리가 있어야 한다. 후보는 유권자가 책임의 경중을 가릴 것이니 유권자에 맡기고, 공직사회는 공직사회의 원칙대로 가야 한다.